청년농민 울리는 ‘빈 수레’ 농업컨설팅

  • 입력 2019.12.08 18:00
  • 수정 2019.12.08 18:27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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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8월 27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청년농업인정책, 현장의 목소리를 담다’ 토론회에서 충남 부여에서 농사짓는 한 청년농민이 ‘농업컨설팅’의 폐해에 대해 증언하며 “농민은 컨설팅업체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한승호 기자
지난 8월 27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청년농업인정책, 현장의 목소리를 담다’ 토론회에서 충남 부여에서 농사짓는 한 청년농민이 ‘농업컨설팅’의 폐해에 대해 증언하며 “농민은 컨설팅업체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한승호 기자

 

농업에 도전하는 많은 청년농민들이 기성 농민들의 그것과는 다른 ‘자신만의 농사’를 찾아 나서고 있다. 기반이나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평범한 작물이나 일반적인 농사법만을 가지곤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또한 정책적으로 농민이 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권고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청년농민들은 안팎에서 곧장 ‘창업농’으로 불리곤 한다.

‘창업’하니 떠오르는 시절이 있다. 2010년대 중반, ‘창조경제’라는 개념이 모든 분야를 휩쓸고 있었던 그 시기 우리나라엔 대대적인 청년창업 열풍이 불었다. 많은 대학이나 지자체에 우후죽순 ‘창업지원단’, ‘창업보육센터’ 등이 생겼고, 적잖은 학생들이 취업난을 돌파할 수단으로 창업을 선택했다. 당시 대학생이던 나도 잠깐 동안은 그중 한 명에 속했다.

각 개소마다 차이는 있었겠지만 대개 방법은 비슷했다. 나붙은 지원사업 공고를 본 예비창업주가 하고 싶은 사업을 기획하고 계획서를 써 가면, 심사를 거쳐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계획서를 선정하고 거기 쓰인 대로, 혹은 약간의 수정권고를 거친 내용에 따라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상상력이야 풍성할 수 있을지언정, 도전자는 어쨌거나 아직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청년이다. 예를 들어 어떤 서비스에 대한 구상이 떠올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준비한다고 가정했을 때, 앱의 내부를 설계할 프로그래머도 필요하고, 외부를 그릴 디자이너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비용을 지불하고 외부 인력을 통해 진행하게 된다. 그런데 그쪽 분야를 잘 모르는 창업주는 당연히 신뢰할 수 있는 업체를 고를 수 있는 안목이 없다. 많은 업체들이 예비창업주의 사업비를 노리는 가운데 이들의 자질을 검증 해주는 주체도 거의 없었다. 용역을 구해야 하는 미지의 분야가 많아질수록 뭔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다시 오늘, 비슷한 광경을 농촌에서 본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청년창업농 양성을 주도하는 가운데 여기에 손을 번쩍 든 청년들이 있다. ‘6차 산업’이라는, 아직 이름과 개념도 생소한 과제에 도전하는 청년농민들은 그들이 직접 할 수 없거나 새롭게 배워야 하는 일들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때문에 중앙부처나 지방 농정 당국은 지원사업을 통해 이른바 ‘농업 컨설턴트’와 접촉할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들의 자질이나 능력에 대해 제대로 된 관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청년농민들이 컨설팅 업체들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질이 의심되는 업체들로 인한 피해 사례가 쌓이며 농업컨설팅 업계 전반, 나아가 농정 전반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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