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경마질주를 멈춰라

문중원 기수 ‘극단적 선택’ … 부산서만 경마 문제로 6명 희생돼
유서에 조교사 부당지시·부정경마 고발, 다단계 갑질구조가 원인

  • 입력 2019.12.08 18:00
  • 수정 2019.12.08 18:14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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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마필관리사들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알려진 경마의 구조적 문제가 또 희생자를 만들었다. 경마 시행체인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각계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부산시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문중원 기수가 조교사의 부당지시와 부정경마 등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 문중원 기수는 2015년에 조교사 면허를 취득했음에도 발탁적체로 인해 마사대부(실질 조교사) 일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만 다단계 갑질구조 문제와 관련해 4명의 기수와 2명의 마필관리사가 희생됐다.

고인의 유가족들은 유서에 언급된 부조리에 관한 진상규명과 아울러 재발방지와 책임자 처벌, 마사회의 공식적인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마사회지부는 지난 2일 성명에서 “마사회에서 부조리와 맞서는 유일한 방법이 죽음이 됐다”고 개탄하며 유가족의 요구가 해결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같은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대로면 선진경마란 위선 속에 또 누군가 죽어갈 것이다. 마사회는 재발방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4일엔 부산에서 서울·부산·제주의 경마기수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열렸다.

현재 조교사 면허를 취득하고도 마사대부로 발탁되지 못한 인원은 17명이다. 최근 2년간 발탁한 마사대부의 면허 취득 이후 발탁까지의 평균 기간은 1년 6개월 정도인데 발탁되지 못한 인원의 적체기간은 3년 6개월이나 된다. 공공운수노조는 마사회 주관 심사로 조교사 면허를 교부한 뒤 마사회가 다시 별도의 심사를 거쳐 마사대부를 발탁하는 제도에 불공정성과 부조리의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회에서도 진상규명에 나설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윤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고인의 장례식장을 찾아 애도의 뜻을 표하고 “관련된 비리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야 할 것이다. 국회에서도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제도개선 및 진실을 밝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마사회는 유서에 언급된 부정경마 및 조교사 개업 비리 의혹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마사회는 입장자료를 통해 “경마시행 총괄 시행체로서 유족과 관계자들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선 “조교사는 개별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사업자로서 마사회와 고용관계에 있지 않다”라며 “마사회는 조교사 면허 취득자를 대상으로 마사대부심사위원회를 통해 선발된 자에게 경마장 내 마방을 임대하고 있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설명을 내놓았다. 마사회가 운영하는 서울·부산·제주의 경마장에서만 마사대부로 일할 수 있기에 마방임대가 사실상 조교사 채용인 현실과는 맞지 않은 해명을 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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