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협치’로 만든 첫 토종종자은행

경기도, 토종씨드림·전국씨앗도서관협의회 등과 토종종자은행 설립

  • 입력 2019.12.08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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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경기도 토종종자은행 내 토종씨앗 전시실에 보관된 각종 토종씨앗들.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경기도 토종종자은행 내 토종씨앗 전시실에 보관된 각종 토종씨앗들.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에 자리잡은 경기도 토종종자은행.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에 자리잡은 경기도 토종종자은행.

민·관협치를 통해 운영되는 첫 번째 광역단위 토종종자은행이 경기도에 들어섰다.

지난달 28일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경기도종자관리소 평택분소에서 ‘경기도 토종종자은행(토종종자은행)’ 현판식이 열렸다. 이와 함께 개관행사로서 ‘토종종자 세대이음’ 행사가 진행됐다. 경기도 각지에서 토종씨앗을 보전해 온 농민들이 후배 농민들에게 씨앗을 전달하는 자리였다.

토종종자은행은 토종씨드림(대표 변현단), 전국씨앗도서관협의회(대표 박영재) 등의 민간 토종씨앗 보전단체들과 경기도가 민·관 협력위원회인 ‘경기도우리씨앗네트워크’를 구성해 논의한 끝에 만들어졌다. 광역지자체에서 ‘종자은행’이란 이름으로 토종씨앗 보전활동을 해 온 건 경상남도에서 시작했으나, 민·관협치로 토종씨앗 보전을 논의하고 은행까지 만든 건 경기도가 전국 최초다.

토종종자은행은 향후 어떤 역할을 할까. 우선 경기도 내 토종씨앗의 수집과 보관 기능을 할 예정이다. 점차 경기도의 도시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토종씨앗이 추가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토종종자은행 설립의 요인이었다. 현재까지 연천·양평·여주·화성·고양 등 도내 9개 시·군에서 883점의 토종씨앗이 수집됐다. 내년에도 5,000만원의 도 예산으로 도내 4개 시·군에서 민·관 합동으로 토종씨앗 수집활동을 할 계획이다. 씨앗 수집은 늦어도 5년 내엔 완료하겠다는 게 토종종자은행 측의 입장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토종종자은행 내 140㎡ 규모의 씨앗보관실은 토종씨앗 2만여점을 보관할 수 있는 전국 최대 규모라 한다. 씨앗보관실 내엔 현재 9개 시·군에서 수집된 토종씨앗들이 봉투에 담긴 채 저장돼 있다. 각 봉투엔 씨앗을 기증했던 농민들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토종종자은행을 담당하는 김은정 경기도 종자관리소 생산팀 주무관은 “기존에 수집해 온 토종씨앗의 안정적 보관문제는 오랫동안 숙제였다. 시민들이 각 가정에서 보관하게 할 경우 일반 씨앗과 섞이거나 극소량만 재배해 먹음으로서 사라지게 되는 등의 상황이 발생했다”며 “무엇보다 토종씨앗의 수집과 안정적 보관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 밝혔다.

토종종자은행을 관리하는 경기도우리씨앗네트워크는 어떤 토종씨앗을 증식할 것인지, 어떻게 보급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모든 토종씨앗을 단기간 내에 다 증식하는 건 어려운 만큼, 1년에 4~5가지 정도의 품종을 정해 증식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아무래도 토종종자 ‘은행’답게, 토종씨앗에 관심을 가진 농민 또는 도시민들에게 씨앗을 대여하는 기능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다만 대여는 ‘채종한 뒤 씨앗을 반납하겠다’는 확약서를 쓴 사람 대상으로만 할 계획이다. 그래야 씨앗을 반납받을 수 있고, 씨앗을 텃밭 단위에서나마 키움으로써 토종씨앗 확대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김 주무관은 “토종씨앗 10~20알 정도를 주면 텃밭 하나를 꾸릴 정도의 양이 된다. 확약서를 쓴 분들에게 이 정도의 양을 대여하면 장기적으로 토종씨앗 확대가 가능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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