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료 160만원, 농지은행 거치니 192만원 넘었다”

동일한 농지인데, ‘맞춤형 농지지원사업’ 공공임대 시 임대료 20% 상승 논란
농어촌공사 “‘관행 임대료’ 기반으로 하되 지역·농지 상황 등 고려한다” 설명

  • 입력 2019.12.08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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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을 통한 농지 공공임대 시 임차료가 상승해 농지를 임대한 농민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4일 경북 의성군 단북면 들녘에서 한 농민이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을 통한 농지 공공임대 시 임차료가 상승해 농지를 임대한 농민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4일 경북 의성군 단북면 들녘에서 한 농민이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최근 한국농어촌공사(사장 김인식, 공사) 농지은행 사업에 대한 지역 농민들의 문제 제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엔 농지은행을 통해 농지를 임차할 경우 임차료가 지역 통상 수준을 훨씬 웃돈다는 지적이다.

전북 군산에서 20년간 친환경 벼를 재배한 김석호(48)씨는 “그간 160만원을 내고 빌리던 농지였는데 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이 매입하고 나서부터 임차료가 192만2,000원으로 올랐다”며 “군산지사에선 관행 임대료를 기준으로 삼는다는데 해당 농지는 이모작이 가능하지도 않고, 습답이라 농사짓기 좋은 여건도 아니다. 주변 시세에 비춰볼 때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수준인데다 임차 대상자 선정에 대한 기준도 모호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씨는 본인이 소유한 농지 외에 서수면 일원의 논 1,200평 가량을 임차해 농사지었으나, 해당 농지는 최근 농지은행 ‘공공임대용 매입비축사업(공공임대)’으로 소유자가 변경된 상태다. 공공임대의 경우「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 시행령」에 따라 고령·질병 등으로 은퇴하려는 농민의 농지를 공사가 매입해 전업농육성대상자 등에게 이를 임대해주는 사업이다. 농지시장 안정 및 농업구조 개선을 위한 농림축산식품부 ‘맞춤형 농지지원사업’의 일환으로 2010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공사 농지은행처 및 군산지사 농지은행부 설명에 따르면 공공임대는 읍·면·동 기준의 임대차 현황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관행 임대료의 최소 50%에서 100%까지를 임차인과 합의해 계약하는 구조다. 성희주 군산지사 농지은행부 과장은 “농민들께선 무조건 낮은 금액에 농지를 임차하고 싶어 하지만 지역 여건이나 이모작 가능 여부 등 농지 상황을 고려해 적정한 수준의 임차료를 농민에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성 과장은 “개인 간의 임대차 계약은 현물이 오가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관행보다 적은 금액으로 농지를 임대해주기 때문에 농민들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금액으로 임대료를 정할 순 없다”는 입장도 전했다.

하지만 김씨는 “농민들은 농지은행에서 얘기하는 관행 임대료라는 게 어떤 근거인지 알 수조차 없다. 지역마다 임대차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협의체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군산지사는 동네 이장을 맡고 있는 나한테조차 일절 지역 임대료에 대한 문의를 해 온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관련해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 A씨는 “김씨가 벼를 재배하던 해당 농지는 농사짓기에 녹록지 않은 곳인데 공사에서 제시한 것처럼 관행 임대료를 일반적으로 부과하는 건 불합리한 것 같다”며 “해당 금액에서 최대 50%까지 조절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지사 농지은행 담당자와 관계를 유지하며 임대차 계약을 계속 체결해야 하는 농민 입장에선 가격을 조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지역 농민 B씨 또한 “공사가 농지를 임대하면서 지역 임대료를 올린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신호철 공사 농지은행처 대리는 “통계청 농축산물생산비 조사에 따르면 논 1ha 기준 전국 평균 임대료는 266만260원이며, 공사에서 임대하는 경우 평균의 82% 수준인 217만원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별 지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군산의 경우 이모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공임대 시 평균 423만원 수준으로 계약되고 있다”면서 “공공임대는 평균적인 관행 임대료의 50~100% 범위 내에서 임차인과 합의하는데 보통 8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1ha당 전국 평균 임대료 266만260원은 1,200평 한 필지를 기준으로 따졌을 때 105만5,309원에 불과하다. 이모작이 가능한 군산의 경우 공공임대 계약으로 필지당 평균 167만8,016원을 납부한단 의미다. 김씨가 그간 경작한 논의 경우 이모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보다 적게 책정돼야 합리적이나 해당 농지의 희망 임대료는 192만2,000원에 달했다.

또 지침 상 공공임대의 경우 △청년창업농후계농업경영인선정자 △2030세대 △후계농 △귀농인 등의 전업농육성대상자가 임차 우선권을 갖고 있으나, 연접한 농지의 농민이 경작을 희망할 경우 그보다 먼저 공사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선 사례에선 이전 소유주가 공사 군산지사 농지은행부와 매매 계약을 체결할 당시부터 그간 농지를 임차·경작해온 김씨가 연접 농지를 경작 중이라는 사실을 두 번이나 언급했음에도 임차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전업농육성대상자가 아니란 이유로 김씨를 배제했다.

이와 관련해 군산지사 관계자는 “여러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김씨가 연접한 농지를 경작 중인 줄 몰랐고 알게 된 이후 공고를 내려 김씨와 계약을 준비 중이다. 제시된 희망 임대료와 그 50% 내 범위에서 김씨와 협의해 임대료를 결정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김씨는 “공사가 매입한 농지와 바로 연접한 논을 소유했고, 경영회생지원사업으로 공사에 매매한 뒤부턴 임차료를 납부하며 경작 중이다. 몰랐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된다”면서 “기준이 되는 관행 임대료를 올려놓고 50% 내에서 조절할 수 있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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