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 컨설팅 사업,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부실 컨설팅 등으로 농업 컨설팅 향한 불신 심화
공공기관 소개지만 업체 전문성 떨어져
청년농, 가시적·체감상 효과 못 느껴

  • 입력 2019.12.08 18:00
  • 수정 2019.12.11 10:19
  • 기자명 장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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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희수 기자]

전남 순천에서 목이버섯 농사를 짓고 있는 박진영씨가 지난 3일 컨설팅 업체를 통해 제공받은 제품 포장재 및 브로셔를 내보이고 있다. 원치않은 디자인 및 제품을 둘러싼 컨설팅 업체와의 갈등 끝에 재판까지 간 박씨는 "이 제품 모두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승호 기자
전남에서 목이버섯 농사를 짓고 있는 ㄱ씨가 지난 3일 컨설팅 업체를 통해 제공받은 제품 포장재 및 브로셔를 내보이고 있다. 원치않은 디자인 및 제품을 둘러싼 컨설팅 업체와의 갈등 끝에 재판까지 간 ㄱ씨는 "이 제품 모두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승호 기자

청년농의 정착을 지원하는 컨설팅 사업은 꼭 필요한 사업 중 하나다. 청년농을 육성하기 위해 국가예산을 쏟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상황이다. 컨설팅 사업에 대한 사후관리와 진행 업체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진행되기 때문이다. 금전적 피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농업에 꿈을 안고 들어온 청년농민들의 열정과 마음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컨설팅 업체와 재판까지

ㄱ씨와 동생 ㄴ씨는 농업에 희망을 갖고 2017년에 귀농을 결심했다. 그러나 부실 컨설팅은 자매에게 약 2년간 고통을 겪게 했으며 그들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었다. ㄱ씨와 ㄴ씨는 초기에 품질 좋은 어린이용 식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의기투합했다. 각각 전남농업기술원의 농촌청년사업가 양성사업 지원금과 귀농창업활성화사업의 창업실행비를 합해 총 3,000만원을 제품개발부터 포장, 마케팅 등에 컨설팅 비용으로 지불했다. 자매는 거금을 들이는 만큼 믿을 수 있는 곳에서 컨설팅을 받길 원해 농업6차산업센터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업체에게 맡겼다.

ㄱ씨는 “처음엔 해당 업체가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설명해 기대가 컸지만 결과물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나의 최종 승낙 없이 업체가 마음대로 디자인해서 상자를 인쇄했고 심지어 제품 사이즈를 고려하지 않아 제품을 접어서 넣어야 했다”며 “시간이 갈수록 업체와 연락이 어려웠고 제품에 대한 성의가 없다고 느껴져 업체를 상대로 재판까지 갔다. 마음고생이 너무 심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자매는 컨설팅 업체에 대한 불만을 관련 기관에 문제 삼고 싶었지만 계속 그 지역에서 농업을 해야 하고 혹여 불이익을 받을까봐 이 일을 부각시킬 수 없었다고 했다. ㄱ씨는 “지금 귀농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곳에 발 붙이지 않을 것이다. 3년 동안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컨설팅 받아서 더 잘해보려고 했는데 보이는 성과가 없다”며 허탈해 했다.

부실컨설팅, 효과 그닥

충청남도의 청년농민인 씨도 역시 부실한 컨설팅을 지적하였다. 씨는 아버지와 함께 기존 농장을 치유농장으로 만들고 싶어 컨설팅을 받았다. 지원 사업에서 필수 과정일뿐더러, 보다 나은 농장을 위해선 컨설팅이 필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씨는 기대와는 달리 컨설팅 업체로부터 부실한 컨설팅을 받게 됐다.

ㄷ씨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컨설팅을 받는데 500만원을 투자한 것에 비해 달라진 게 없다. 처음 약속했던 선진 치유농장의 사례 제시나 견학은 차일피일 미뤄졌다”며 “대략 알기만 해도 말할 수 있는 부실한 내용과 형식적인 구성으로 컨설팅이 진행됐다. 농업 공공기관에서 도움을 주려고 한 사업이지만 컨설팅은 솔직히 말해서 도움이 안됐다”고 밝혔다.

컨설턴트 자격·인성 미달

경상북도의 청년농민인 ㄹ씨는 컨설팅 관련 개인정보유출과 컨설턴트의 악질 스토킹으로 현재도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ㄹ씨는 이미 여러 곳에서 컨설팅을 받았는데 문제가 계속 발생했다. 일례로 ㄹ씨에게 맞지 않는 컨설팅임에도 컨설턴트가 무리한 내용을 자꾸 강요했다. 이러한 경험이 쌓여 ㄹ씨는 컨설팅을 받지 않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판로 확보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 컨설팅이 필수 과정이어서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한 컨설턴트가 ㄹ씨에게 접근했다.

ㄹ씨는 “그 사람이 먼저 연락해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원 소속 전문위원이라고 밝히며 컨설팅을 해주겠다고 했다. 그 사람은 청년창업농에 대한 개인정보와 명단을 다 가지고 있었다”며 “자꾸 나를 괴롭혀 컨설팅을 중단했는데 이후에도 계속 스토킹을 하고, 컨설팅하며 파악한 우리 업장 정보와 문자 내용을 내 청년농 지인들에게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ㄹ씨는 그 컨설턴트를 경찰에 신고했다.

이어 ㄹ씨는 컨설팅 개인정보 유출과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전문위원으로 둔 기관에 대해 분개했다. ㄹ씨는 “이렇게 위협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정부가 관리하는 농업기관의 전문위원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이런 식의 관리는 절대 이뤄져서는 안 된다”라며 “청년농업인 개인정보와 명단을 어떻게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청년농업인에게 나와 같은 피해가 또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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