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4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유통인들의 수입농산물 취급에 경종을 울렸던 제주 농민들은(관련기사 하단 링크) 이튿날인 5일 세종 정부청사로 이동해 2차 집회를 열었다. 수입농산물 문제에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180명의 제주 농민들은 농림축산식품부 정문을 포위하듯 에워싸고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농민들은 수입농산물 책임의 제1주체인 농식품부를 눈앞에 두고 한껏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김학종 제주양배추연합회장은 “우리가 가락시장의 개탄스러운 행태를 뒤로하고 세종으로 온 건 수입농산물 검역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잔류농약 검사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제대로 관리하는 기관이 없기 때문”이라며 “농식품부는 농민들의 동지이고 동반자인데, 동반자를 내팽개치고 적(수입업자)과 손을 잡는다면 그게 바로 매국행위”라고 부르짖었다.
농민 대표들은 집회 도중 정부 식물검역·안전검사 담당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제주 지역구 오영훈 의원실의 주선하에 농식품부·식약처 2개 부서에서 이례적으로 과장급 4명이 출석해 농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면담의 성과라면 수입농산물 식품검역 또는 잔류농약검사 시료채취 시 농민 대표가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한 것이다. 또 최근 불거진 가락시장의 수입농산물 불법유통 건과 관련, 농식품부가 관리감독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짧은 면담 동안 그 이상의 성과를 얻어낼 순 없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매개체’를 구실로 수입채소 검역을 강화해 달라는 농민들의 요구에 정부 측은 인프라 부족 등을 들어 난색을 표했고, 기준미달 수입농산물에 패널티를 강화하자는 요구에도 무역보복 등을 이유로 우려를 표했다.
농민 대표들은 “어렵겠지만 검역 소요기간을 더 늘리고, 수입업자에게 비용을 더 물릴 방법을 찾는 등 정부가 최대한 노력을 해 달라. 수입농산물을 너무 쉽게 통관시켜주지 말라는 뜻”이라고 호소하며 면담을 마쳤다.
농민들은 농식품부 정문 앞에 양배추·당근·브로콜리 등 수입농산물을 쏟아부은 뒤 패대기치고 짓이기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후 농식품부 외곽을 한 바퀴 행진하고 이틀에 걸친 원정 집회를 마무리했다.
연대방문한 김시갑 고랭지배추생산자협회장은 “아직도 농민들은 정부나 유통인과의 관계에서 을의 위치에 있다. 우리가 그들과 동등한 지위를 찾기 위해선 생산자조직을 더욱 견고히 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농민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창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사무처장은 “제주 농민들이 전국적인 여론을 만들 것이다. 수입농산물의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알려내고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 시작이 어제와 오늘이다”라고 후속 투쟁에의 참여를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