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가 똘똘 뭉쳐 수입농산물 막아내자!”

농민 다 죽는데 수입유통 활개
제주 농민 가락시장 상경투쟁
전남·강원, 한유련도 연대집회

  • 입력 2019.12.05 20:46
  • 수정 2019.12.06 22:04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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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앞에서 열린 ‘수입농산물 저지 및 검역강화 촉구 전국 생산자 결의대회’에 참석한 제주, 전남, 강원지역 생산자연합회 대표들이 가락시장 일부 유통인들의 수입농산물 취급을 규탄하며 중국산 양배추, 브로콜리, 당근을 폐기하는 상징의식을 벌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앞에서 열린 ‘수입농산물 저지 및 검역강화 촉구 전국 생산자 결의대회’에 참석한 제주, 전남, 강원지역 생산자연합회 대표들이 가락시장 일부 유통인들의 수입농산물 취급을 규탄하며 중국산 양배추, 브로콜리, 당근을 폐기하는 상징의식을 벌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분별없는 수입농산물 유통에 제주 농민들이 단단히 화났다. 양배추·무·당근 등 제주 전역의 농민들이 지난 4일 가락시장을 찾아 수입농산물 유통 행태를 규탄했다. 불과 나흘 전 전국농민대회로 한 차례 상경하고 연달아 180명이나 비행기에 오른 사실만으로도 그 분노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날 집회엔 제주 농민 180명을 중심으로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한유련), 전남 대파·강원 고랭지 배추농가 등 약 250명이 참여했다. 최근 가락시장의 일부 유통인들이 중국산 무·양배추를 편법유통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김은섭 제주당근연합회장은 “올해 제주는 사상 유례없는 가을장마와 연이은 세 개의 태풍으로 애써 파종한 농산물을 폐작했다. 그나마 살아남은 것만이라도 잘 관리해 손실을 줄이려 했더니 이젠 당근은 물론 양배추·무까지 무차별 수입해서 농민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병선 한유련 비대위원장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배추·양배추 가격이 물류비용조차 나오지 않아 농민·유통인이 몇 명이나 자살을 했나. 근데 기후여건으로 가격이 좀 올라오니 그 틈을 비집고 수입을 들여오고 있다”며 상인들의 야속한 행태를 비판했다.

농민들은 집회 직후 가락시장 6개 도매법인 대표들을 불러 수입농산물 유통 자제를 위한 상생협약을 맺으려 했으나, 농협가락공판장을 제외한 5개 도매법인들이 협약을 유보해 농민들의 빈축을 샀다. 한승호 기자
농민들은 집회 직후 가락시장 6개 도매법인 대표들을 불러 수입농산물 유통 자제를 위한 상생협약을 맺으려 했으나, 농협가락공판장을 제외한 5개 도매법인들이 협약을 유보해 농민들의 빈축을 샀다. 한승호 기자

적어도 공영도매시장에서 각종 혜택을 받고 영업하는 상인들은 농민들의 현실을 외면한 단편적 영리 추구는 자제해야 한다는 게 농민들의 입장이다. 이에 “수입농산물을 취급하는 업체엔 우리 물건을 단 1kg도 출하하지 말자”는 다짐도 수차례 되뇌어졌다.

유통인들의 과도한 수익도 자연스레 규탄의 대상에 올랐다. 김학종 제주양배추연합회장은 “가락시장 5개 도매법인이 10년간 평균 330억원의 수익을 올렸는데 그 중에 생산자 몫은 아무 것도 없다. 도매법인과 중도매인들이 우리가 보낸 농산물로 이렇게 많이 벌었으면서 왜 수입산을 갖고 돈 벌려 장난하나”라고 성토했다.

농민들은 결의문을 통해 “수입농산물이 농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정부의 농산물 수입개방 정책도 모자라서 이제는 비양심적 수입상과, 이와 결탁한 중도매인들이 나서 국산 농산물 가격폭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편법유통 중도매인 퇴출, 도매법인의 수입유통 중단, 공사의 관리감독 강화를 요구했다.

집회 이후 농민들은 가락시장 6개 청과도매법인 대표들을 불러 ‘국내 생산비중이 높은 품목은 수입 취급을 자제한다’는 내용의 상생협약을 맺고자 했다. 그러나 오영훈 국회의원이 직접 입회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도매법인이 협약에 주저하는 태도를 보였다. 도매법인들로선 농안법상 수탁거부를 할 수 없어 법률위반의 소지가 있으며 때문에 협약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가락시장 한 경매장 앞에 중국산 브로콜리 상자가 쌓여 있자 행진에 나선 농민들이 가져 온 브로콜리를 던지는 등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날 오후 가락시장 한 경매장 앞에 중국산 브로콜리 상자가 쌓여 있자 행진에 나선 농민들이 가져 온 브로콜리를 던지는 등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격분한 농민들은 가락시장 경내를 한 바퀴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 미리 준비해온 수입농산물을 으깨서 도매법인 간판에 투척하고, 시장에 출하된 수입 브로콜리를 발견하고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문제의 상생협약은 오영훈 의원의 중재로 향후 추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제주 농민들은 서울에서 1박을 한 뒤 세종 정부청사로 향했다. 농민들은 정부가 수입농산물에 대한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보고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다시 집회를 열었다. 농민 대표들은 또한 농식품부·식약처 담당자를 만나 수입농산물 검역 강화 방안 등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했다(관련기사 하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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