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책] 우리는 아직 철기시대에 산다

철기시대를 사는 21세기 여성농민의 이야기

  • 입력 2019.12.02 09:22
  • 기자명 심증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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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

 

농사에 드론이 사용되고 있다. 자율주행 트랙터는 사람이 없어도 논밭을 갈고 고른다. 그런데 아직 자율주행 호미는 없다. 농사에는 곳곳에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다. 최첨단 과학이 무엇이든 다 하는 시대라 해도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완성된다. 그 역할은 대부분 여성농민이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여성농민들은 철기시대에 만들어진 호미를 지금까지도 놓지 못하고 있다. 농기구만 철기시대가 아니다. 여성농민의 세상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혹자는 여성농민을 일컬어 이 시대의 ‘마지막 천민’이라고도 한다. 오늘날 가장 대우받지 못하는 ‘업’인 농업에 종사하며 그 속에서도 차별받고, 굳은 일을 전부 감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바로 그들의 이야기다. 한 여성농민이 살아가며 보고 듣고 스스로 느낀 것을 가감없이 적었다. 지금까지 농업·농촌·농민에 관한 책은 많이 출판 됐지만 여성농민의 이야기를 쓴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농한기, 농번기 구별 없는 장시간 노동과 출산, 육아, 가사일로 몸을 돌볼 여유조차 가지지 못하며, 농촌사회에 아직 크게 영향을 미치는 봉건적 관습으로 인해 여성농민들의 권익과 인간적인 대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은 여성농민의 정서를 찌들게 하고 생활의 조그마한 여유조차 없게 한다’ 이 글은 30년 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창립선언문의 일부다. 30년 전 여성농민의 처지가 오늘과 얼마나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발간한 목적이 여기에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각성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좁디좁은 땅덩어리에서 나락 옆에 콩을 심고, 깨밭 사이의 풀을 멜 때 호미가 필요한 것이지요. 남부지방으로 갈수록 짧고 작은데 제주 것이 제일 작다고 하니 제주 여성농민의 손놀림이 얼마나 빠르고 야무질지 아니 봐도 눈에 선합니다. (중략) 알뜰하게 농작물 키워내느라 쪼그려 앉기도 마다않는 고달픈 노동의 상징이 바로 호미입니다.’ 저자의 호미에 대한 설명이다.

여성농민들은 고된 노동으로 자식을 키우고 집안을 건사했다. 뿐만 아니라 민족의 식량도 생산해왔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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