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종의 미

  • 입력 2019.12.01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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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달 20일,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자신의 저서인 ‘미래의 둠벙을 파다’ 출판기념회를 전남 나주종합스포츠파크에서 개최했다.

행사엔 정치인과 지자체장, 농협을 비롯한 지역 관계자 5,000여명이 몰렸고, 문희상 국회의장 등이 축전을 보냈다. 지역에선 내년 4월 치러질 총선에서 김 회장의 나주·화순 지역구 출마가 기정사실화 된 가운데 이날 행사는 거물급 정치인의 총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실제로 김 회장은 이날 “농업과 농민의 미래를 위해 끝없이 고민하겠다”는 말로 출마 의지를 밝혔다. 다음날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만난 것으로 알려지며 공식 출마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역대 회장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 왔다. 의전을 최소화하는 등 농협 내에 남아있는 구습을 타파하는 것은 물론 흐트러진 농협의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잡고,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이라는 구호 아래 열정적으로 농촌 현장을 누볐다. 농자재 가격 인하 등으로 농민조합원에 혜택이 돌아가기도 했다. 일부 조합장들 사이에서 몇 십 년에 한번 나올법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임기를 마무리 짓지 못한 상황에서 정치계로 자신의 진로를 변경한 건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 더군다나 농협중앙회가 회장 연임제를 추진하다 불발된 가운데 진로를 변경한 것이라 김 회장의 출마를 바라보는 농업계의 시선은 날카롭다.

실제로 전국협동조합노조는 지난달 21일 “김 회장이 농업은 팽개치고 임기 내내 선거운동을 한 셈”이라며 김 회장의 총선 출마를 비판했다. 또한 “농업 대통령이라는 농협중앙회장 타이틀을 거머쥐고 총선에 뛰어드는 첫 현직 회장이 될 듯한데, 농협중앙회장이 오름본능으로 또 다른 권력을 탐하는 것에 대해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유종의미라는 말이 있다. 한번 시작한 일을 끝까지 잘 마무리 지어야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지난 2016년 당선 이후 “4년을 8년처럼 일하겠다”며 자신의 다짐을 밝힌 바 있다. 김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말까지로 아직 임기가 4개월이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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