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급식 지속하려면 근본 변화 일으켜야

친농연, 유기과수위 구성해 전국 생산자 조직화 모색
소비자 인식 개선·제도 마련·타인증과 조율 등 과제

  • 입력 2019.12.01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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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유기과수농가들이 품목을 넘어 전국적인 조직화에 나서고 있다. 생산자들이 함께 친환경 학교급식이 지속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김영재, 친농연)는 오는 9일 유기과수위원회(가칭)의 구성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 계획이다. 유기과수위는 농가간 기술교류와 소비자 인식변화를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박종서 친농연 사무총장은 “과수위 안에 품목별 위원회 구성을 논의할 예정이다”라며 “일단 과수에서 시작해 채소, 쌀 등 다른 품목에서도 논의를 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유기과수위는 전국적인 조직화가 진행된 사과, 배, 포도, 감귤, 블루베리를 중심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과수위 구성에 참여하는 농가대표들은 공적 영역에 해당하는 학교급식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진 한국유기농사과연구회 대표가 유기농으로 재배한 사과를 보여주며 유기과수농업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진 한국유기농사과연구회 대표가 유기농으로 재배한 사과를 보여주며 유기과수농업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유기농사과연구회(대표 김동진)는 2년 전부터 서울지역 등 학교급식에 사과를 납품하고 있다. 현재 소속농가가 생산한 물량의 절반가량이 학교급식에 공급되고 있다. 공급단가는 급식센터에서 농가와 관련당사자들이 모여 크기별로 구분해 결정하고 있지만 품위는 뚜렷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김동진 대표는 “학교 영양사들은 영양밸런스를 맞춰야 하니 크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데 학교마다 요구하는 크기가 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품위도 통일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회 내부적으로 유통위원회를 설치해 급식공급을 맡으며 체계를 일원화했지만 소비자인 학교 영양사들의 인식 개선이 이뤄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면서 “큰 틀에서 유기과수농가들이 함께 모여 방안을 논의해 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친환경농가들 사이에선 저농약인증이 폐지되면서 학교급식같은 공공급식 영역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부환 한반도유기배영농조합 대표는 “소비자생협들이 저농약인증이 폐지되자 자주인증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자주인증체제가 되자 이전보다 더 유기농의 비중이 줄어들더라”라며 “현재 서울, 경기, 전북, 전남 등이 친환경 학교급식을 운영하고 있는데 영농조합 생산량의 80%가 공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학교급식에 납품한 지 5년차인데 첫해엔 1톤차로 10대 가량을 반품받을 정도로 힘들었다. 지금은 많이 개선됐지만 학교 영양사 등 실무자들의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인식개선에 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라며 “친환경 학교급식은 아이들에게 자연환경을 살리고 보전하려면 친환경농업이 필요하다는 걸 알리는 교육이 돼야 한다. 공감과 소통 속에 의식이 변하는 실질적인 변화가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기과수위가 구성되면 인식 변화와 아울러 친환경 학교급식을 뒷받침할 제도 마련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친환경 학교급식은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추진되는 상황이어서 아직 조례가 마련되지 않은 지역에선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우여곡절을 겪기도 한다. 이에 학교급식법에 친환경농산물의 공급을 뒷받침할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지자체별 자체인증 농산물이나 GAP(농산물우수관리)·저탄소인증 농산물과의 조율도 관건 중 하나다. 정 대표는 “경남 18개 시군에서 유기배를 재배하는 농가는 6가구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민간영역에선 안정적인 시장을 만들기가 벅차다”면서 “학교나 군대 등 공적인 영역에서 친환경 급식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국내 친환경농업이 무너지지 않는 최소한의 근간이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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