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의 통일농업] ‘따라앞서기’·‘따라배우기’식 북한농업개발

  • 입력 2019.12.01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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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북한은 최근 몇 년 동안 대형 농업개발사업을 잇달아 추진해왔다. 그 기세는 거침이 없다. 이 사업을 통해 농장의 복지시설을 확충하고 농장원의 주택까지 새롭게 건축한다는 측면에서 ‘농업농촌종합개발’에 가깝다. 이는 김정은 시대의 ‘따라앞서기’·‘따라배우기’ 사업이라 하겠다. 다만 ‘필요조건’이 취약하다는 게 아쉽다.

농업부문의 대표적인 개발사업으로는 대규모 과수종합농장, 축산기지, 온실농장, 종합식품공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양덕온천관광지구 주변의 산촌개발 사례도 눈여겨 볼만 하다. 이런 사업은 북한의 주요 거점별로 배치되는 특징을 보인다. 지역자원과 연계돼 있다. 또 사업과정에 해당 분야의 연구소와 대학과 군대 등이 함께 참여토록 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이를 각도별 분야별 ‘본보기 사업’으로 특정했다. 향후 이를 확산하려는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

과수종합농장으로는 황해도 과일군과 사리원·평양 인근의 대동강과수종합농장, 강원도 고산과수종합농장이 대규모로 조성됐거나 현대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축산분야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세포축산기지, 온실농장으로는 평양의 장천남새전문농장과 함경북도 경성의 중평남새온실·양묘장 등이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대동강종합과일공장과 선흥식료공장 등을 비롯해 평양과 원산, 삼지연 등지에 현대화된 식품가공공장이 들어섰다. 농산물의 1차 가공부터 기능성 제품까지 생산하기 시작했다.

북한 당국은 새롭게 생산할 농산물과 농식품의 주요 소비처로 외국인 관광객을 염두에 두는 듯하다. 현재 관광사업은 UN제재 예외 조항이라 북한이 우선 집중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북한은 외국인 관광객을 연간 500만명에서 많게는 1,000만명까지 유치한다는 구상을 밝힌 적이 있다.

대단위 농업개발사업에는 북한 당국의 강력한 정책의지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식량문제와 함께 농업용수, 농업에너지 등이 충분치 못하다는 점이다. 식량증산에 매달렸던 북한의 농업이 과수·축산·시설채소·식품 등 여러 분야로 전환하려면 식량부족 사태를 우선 완화하거나 또 다른 이행능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북한의 수확량은 예년보다 낮을 것이란 게 국제기구의 추정이다. FAO는 ‘식량안보와 농업에 관한 조기 경보’ 4분기 보고서를 통해 상반기의 극심한 가뭄과 9월 곡창지대를 강타한 태풍으로 인해 북한의 농작물 생산량이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지구관측 국제 농업 모니터링 그룹’도 11월 보고서에서 북한의 작황 부진을 전망했고, 이에 앞서 WFP는 ‘9월 북한 국가보고서'에서 주곡물의 수확량이 평년보다 적을 것으로 진단했다.

북한의 구조적 식량문제는 결국 북한 당국의 발목을 붙잡을 공산이 높다. 그들의 주공전선이 식량증산에 계속 묶이게 된다면 새로운 시도는 더뎌질 것이다. 정책의 전환이나 이행은 만만찮은 도전이다. 북한의 본보기 농업사업이 성공하려면 우리 정부의 협력이 필요하다.

요즘 북한에선 가을걷이가 끝나자마자 내년에 필요한 농업용수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까지도 대북 제재와 규제는 촘촘하게 작동되고 있다. 새로운 농업에 필요한 자재와 설비를 확보하기란 당분간 쉽지 않다. 점증할 농업에너지 역시 제재국면에선 충당하기 어렵다. 북미협상의 타결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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