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정책보험으로 과도한 이익 챙겨”

정읍 농민들, 과도한 자부담·보험요율 및 피해 산정 방식에 문제 제기
NH손해보험 관계자 “농민 피해 구제가 먼저, 이익 최우선 하지 않아”
운영비도 보조받는 농작물재해보험, 2014년 이후 4년간 영업이익 5.5%

  • 입력 2019.12.01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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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작물재해보험이 농작물 피해 발생 시 보험요율 및 피해 산정 방식에 따라 농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0월 21일 전남 순천시 도사동 들녘에서 한 농민이 지난 태풍으로 인해 완전히 드러누운 벼를 콤바인으로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작물재해보험이 농작물 피해 발생 시 보험요율 및 피해 산정 방식에 따라 농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0월 21일 전남 순천시 도사동 들녘에서 한 농민이 지난 태풍으로 인해 완전히 드러누운 벼를 콤바인으로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동네에서 벼가 다 쓰러진 걸로 파다하게 소문이 났는데 손해평가사가 논에 도착한 지 1분도 안 돼 피해율을 32% 이상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NH손해보험에선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지난달 26일 전북 정읍시에서는 농작물재해보험에 대한 농민들의 지적과 불만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김재기 황토현농협 조합장 주재로 열린 이날 간담회엔 서광수 NH손해보험 전북영업지원팀 과장을 비롯해 정책보험 담당, 김제시청 농정과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NH손해보험 관계자들은 이날 농작물재해보험에 대한 현장 농민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검토하고 시정할 것이 있다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날 박하담 정읍시농민회 영원면지회 총무는 “NH손해보험은 정책보험인 농작물재해보험을 운영하며 손익만 쫓고 있다. 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 발생 시 약관에 따라 피해율을 산정하고 그 정도에 맞춰 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NH손해보험의 역할인데, 피해율을 깎아내리며 농민에게 지급할 보험금을 자기네 이익으로 가져가려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농민은 보험료 납입 이후 NH손해보험 손익 구조에 어떠한 영향도 미칠 수 없다. 보험금을 받고 나면 이듬해 자부담비율은 올라가고 평균 수확량은 내려가 피해가 발생해도 보험금은 더 줄어든다”며 “NH손해보험 입장에선 농민에 보험금을 많이 지급해도 정부가 이를 보전해주기 때문에 전혀 타격을 입지 않는 것으로 안다. 이렇다보니 가입자에게 돌아갈 보험금을 NH손해보험이 영업이익으로 가져가고 있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NH손해보험 담당자는 “농작물재해보험은 농민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도입된 정책보험이기 때문에 그 특성상 이익을 내면 안 된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보상이 보험의 주목적이다 보니 재해 발생에 따라 보험사 손익 변화가 큰 것도 사실이고, 손해가 클 경우 정부 예산이 투입돼야 하므로 농림축산식품부 등에서도 자율성을 많이 제한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농민 이순봉씨는 “자연재해로 피해가 막심할 땐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며 직접 지원에 나선다. NH손해보험은 보험사업자로서 피해 농민에게 지급할 보험금을 줄이려 노력하기보다 피해율을 정확히 산정하고 보험사에 손해가 발생할 것 같으면 그 차액을 정부로부터 받아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감사원 감사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농업재해보험 운영실태와 주요 문제점’에 따르면 2014년 이후 4년 동안의 농작물재해보험 영업이익률은 5.5%로, NH손해보험 전체 영업이익률 2.2%의 두 배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아울러 앞서 손해평가사 및 피해율 산정에 대해 지적한 농민 서종철씨는 “논을 보자마자 32%로밖에 피해율을 산정할 수 없다고 하던데 NH손해보험이 상한선을 정해 그 이상 책정하지 못하게 지침을 내린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관련해 서광수 과장은 “절대 그런 지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피해율이 35% 이상일 땐 표본조사나 전수조사 등 보다 정확한 조사를 시행하게 되는데, 수확물을 톤 백에 담아 무게를 재는 것이므로 농민 분께서 생각하는 피해율에 못 미치는 경향이 있다”며 “아마 손해평가하시는 분이 그걸 염두하고 말씀하신 것 같다.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손해평가사가 현장에 도착해 피해 농민을 만나자마자 그렇게 얘기한 것은 분명히 반성할 부분이라 생각하고, 교육 등을 추진해 시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윤석 정읍시농민회 고부면지회장은 “그것부터가 잘못됐다”면서 “피해율이 35% 이상일 때 실시하는 전수조사는 품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무게만 측정한다. 진흙이 묻거나 물을 잔뜩 머금어 무거운 벼 그리고 썩은 것까지 포함해 수확량을 따지는데 약관상으로도 농민은 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구조란 얘기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재기 조합장 역시 “실측조사나 전수조사를 할 때 무게만 가지고 피해 정도를 따지다 보니 농민 입장에서 손해가 막심한데도 불구하고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상품가치가 떨어질 경우 판매 자체가 이뤄지지 않으므로 품위까지 따져 피해를 산정하고 그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전국의 농민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문제인 만큼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보험제도 상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개선해달라”고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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