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마늘 쇼크’ 농민에게 돌아오나

일부 지역농협들 계약재배 매취→수탁 전환 논란
제주선 ‘매취형 사후정산’ 논의 … 계약단가 관건

  • 입력 2019.12.01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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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올해 마늘 폭락으로 지역농협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자 그 여파가 농민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그동안 어느 정도 농민들의 방패 역할을 했던 농협들이 힘에 부친 나머지 내년부터 농민들에게 부담을 나눠 지우려 하고 있다.

경북 영천지역 농협들은 최근 마늘 계약재배 방식을 매취형에서 수탁형으로 속속 전환했다. 마늘은 질량대비 단가가 높아 폭락 시 유통업자에게 큰 손실을 안기는 품목이다. 영천 농협들의 경제사업은 마늘보다 복숭아 등 다른 품목이 중심이지만, 올해 마늘에서 연간 당기순이익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적자가 발생했다.

계약재배를 매취판매 방식으로 하면 농민들은 정해진 계약단가에 마늘을 넘기면 되고, 이후 판매로 인한 이익과 손실을 농협이 감당한다. 그러나 수탁판매 방식으로 전환되면 농협이 농민들로부터 마늘을 맡아 판매한 가격에 따라 사후에 농가 수취가가 결정된다. 즉 가격하락의 부담을 농협이 아닌 농민에게 지우는 것이다.

당연히 농민들은 들썩이고 있다. 영천 농협들의 수탁형 계약재배는 자칫 마늘 계약재배를 시행하고 있는 다른 지역 농협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국마늘생산자협회(회장 김창수)는 지난달 25일 성명에서 “지역농협들이 지금까지 위험을 감수하며 매취형 계약재배를 해온 이유는 농협이기 때문이다. 공동생산·공동구매·공동판매는 농협의 주요 가치”라며 “지금의 유통구조에서 농협이 수탁으로 돌아서는 순간 마늘가격은 완전히 시장 상인에게 돌아가버린다”고 꾸짖었다.

제주지역은 또 다른 상황에 놓였다. 올해 심각한 적자가 예상되는 제주 마늘 주산지의 농협들은 최근 계약재배 매취단가를 kg당 2,500원선으로 타진해 농민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농민들이 얘기하는 최저생산비 3,200원에 한참 미달되는 가격이다.

이에 제주 농협들은 최근 ‘매취형 사후정산’ 방식을 새로 제안하고 있다. 계약단가를 정해 매취를 진행하되 계약 시점에 선도금으로 30%를 지급하고, 출하·인계 시점에 40%를, 나머지 30%는 판매 정산 후 지급하는 방식이다. 판매가격이 계약단가보다 높을 경우 농가에 환원하고, 그 반대의 경우 손실을 농협과 농민이 50%씩 감당하게 된다.

이 경우 농민들로선 계약단가를 얼마나 높게 책정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창립을 앞두고 있는 제주마늘생산자협회(준비위원장 박태환)를 중심으로 계약단가 3,200원 보장 요구가 꾸준히 진행돼온 상황에서, 향후 가격결정 싸움이 한층 격해질 가능성이 높다.

영천에서도, 제주에서도 결과적으로 농협이 농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려 하는 모양새지만, 근본적으로 마늘 폭락이 일개 지역농협으로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은 사실이다. 현장에 있는 농민들도 이를 잘 아는 만큼 재고량 수매·농협 시장장악력 확보·수급예산 확충 등 지역농협보다 농협중앙회·농식품부·지자체의 역할을 더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전국마늘생산자협회는 “마늘 생산자인 우리도 마늘산업의 유지·발전을 위해 수급조절 등 뼈를 깎는 노력을 할 것이다. 농협과 농식품부도 그에 걸맞은 마늘산업 근본대책을 조속히 수립해 제시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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