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의 새로운 틀, 세계 석학과 논하다
한국농정의 새로운 틀, 세계 석학과 논하다
  • 원재정 기자
  • 승인 2019.12.01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국제심포지엄
유럽연합·한국 발표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민과 국민 모두 행복한 ‘새로운 한국농정’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박진도, 농특위)는 지난달 26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농업분야 세계 석학들을 초청해 각국의 농정변화와 비전을 듣고 토론하는 국제심포지엄 행사를 열었다.

농특위는 유럽연합(EU), 대만, 네덜란드, 일본 등 각국의 농정개혁과 교훈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정에 대한 지혜를 모으는 자리로 행사를 기획했다. 박진도 위원장은 EU 등 선진 농어업 정책개혁 사례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들의 지혜를 모으기 위해 이 행사를 개최했다앞으로도 농정의 틀 전환을 위해 다양한 의견 수렴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어디로 갈 것인가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지만 일단 결정이 나면 주저없이 함께 나가야 한다그 길을 농특위가 앞장 서겠다고 강조했다.

농특위는 지난 4월 출범 이후 각 분과위에서 논의된 내용을 갈무리하고, 전국의 농어민과 타운홀미팅 형식을 통해 확인한 농정요구안 등을 조율해 12월 중 농정 비전선포식을 열 계획이다. 또 2020년 2월에는 종합대책 수립, 5월 예산 반영 등 후속조치 연계 계획도 밝혔다.

국제심포지엄 중 해외 전문가들의 발표 내용을 지상중계 한다.

지난달 26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농어업·농어촌의 새로운 가치와 정책 전환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서 박진도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왼쪽 네 번째)이 ‘농정전환 왜, 무엇을, 어떻게?’를 주제로 종합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농어업·농어촌의 새로운 가치와 정책 전환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서 박진도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왼쪽 네 번째)이 ‘농정전환 왜, 무엇을, 어떻게?’를 주제로 종합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유럽연합 / EU의 농정개혁, 그 지향과 교훈

한국, EU 직불제 실패 요인 되풀이 말아야

알란 버크웰(Allan Buckwell)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명예교수

유럽연합(EU)은 지난 1959년 6개국이 유럽경제공동체를 창설하면서 공동농업정책(CAP)을 도입했다. CAP는 농산품 지원정책으로 시작됐고, 적정가격 유지를 위한 정책수단이 됐다. 하지만 EU 회원국이 15개국으로 증가(현재 28개국) 하는 변화를 거치면서 농산물의 공급과잉, 해외시장 덤핑사례 증가, 예산부담 증가, 대농 혜택 집중 등의 문제가 발생했으며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문제도 동반됐다.

CAP은 굵직한 3번의 개혁기를 거치면서 발전돼 왔다. 1992년 첫 개혁당시에는 생산과 연계된 직접지불제도를 도입하면서 한편으론 공급과잉 문제해결 목적으로 쿼터제와 휴경보조금제를 시작했다. 이 시기 농어촌개발 직불제도 소개됐다. 2000년과 2004년 두 번째 개혁기에는 생산과 연계된 직불제와 생산 비연계 직불제로 분리해 운영했다. 2007년 세 번째 개혁기에는 기존의 복잡한 공급관리 문제를 간소화 했으며 설탕·우유 쿼터제도 시작했다.

알란 버크웰(Allan Buckwell)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명예교수
농특위 주최 국제심포지엄에서 1부 주제발표를 한 알란 버크웰(Allan Buckwell)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명예교수. 한승호 기자

 

예산은 EU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초기 CAP는 주로 지출 위주의 정책을 편 탓에, EU 전체 예산의 80%를 차지했다. 하지만 EU의 규모도 확대되고 EU 구조기금도 커지면서 현재 CAP는 EU 예산의 36%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2020년엔 33%로 더 낮아질 전망이다.

2000년 이후 CAP는 크게 두 축으로 설명된다. 1축은 전통적 시장지지 조치, 수출보조금 정책, 생산연계 지원 직불금 등으로 구성된다. 공급과잉에 대한 상쇄조치로 2004년부터 생산비연계 방식의 직불금도 도입됐다. 농업예산의 75% 가 1축에 사용된다. 2축은 환경 관리와 폭넓은 농촌개발, 다원적 기능의 성격을 담고 있다. 농촌개발프로그램이 여기에 해당하며, 농업예산의 25%가 2축에 사용된다.

그런데 소득보전 중심의 1축은 농민들에게 돈을 줘서 가격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반면 2축은 구조적 개선을 목표로, 환경관리 등이 중점이 되는 직불제다. EU는 예산을 1축에서 2축으로 이전하려는 전략을 세웠으나, 2004년 이후 EU 신규 가입국들은 이전 회원국들보다 직불금을 덜 받는 등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반발, 1축 안에서 예산을 분배하는 것으로 조율됐다.

최근 CAP 직불제는 취지에 대한 이견으로 공동의 목적합의를 이루지 못 하고 있다. 즉 포괄적 목표는 있으나, 각각의 처지와 상황에 부합하지 않아 여전히 논란이다. EU회원국 간에도 농민들의 소득 내 직불금 비중 편차가 큰 문제도 여전하다.

EU에서 농업분야 최근 이슈는, ‘기후변화’와 환경과 건강 모두를 살필 수 있는 ‘식량소비’, 그리고 최신기술로 농업을 무장시킬 것인지 아니면 농업생태학으로 시스템을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집약과 팽창’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지금까지 EU의 공동농업정책을 살펴봤는데, 한국에 적용가능한 시사점을 정리해 보겠다. EU와 한국농업의 유사성에는 농가수입 저조 및 불안정,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농업비중 미미, 식량생산에서 소비자가 완벽히 배제된 상황 등이 있다. 또 고령화, 후계인력·경쟁력 부족 등도 공통점이다. 차이점이라면, EU는 한국보다 수입품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EU는 농업이 환경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낮을 뿐 아니라 초국가적 구조와 의사결정제도로 점진적인 변화만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국이 농정을 변화시키려면,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명확한 목표설정이 중요하다.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새 기술을 채택할 것인가? 아니면 다기능적 환경보호로 갈 것인가에 대한 합의 같은 것이 그 예다. 농촌이 다각화 되고 있지만 목표는 일치시켜야 한다. EU에서는 이 부분을 실패했다. 정책입안자들과 이해당사자의 소통도 매우 중요하며, 모니터링과 평가 역시 철저히 해 나갈 것을 당부한다. EU CAP의 주요 정책도구인 직불제 실패는 이런 조언에 면밀한 대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U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직불제를 도입할 때 특히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한국 / 한국의 농정 전환: 생산주의 농정에서 지속가능 농정으로 

“문정부 포용국가 논리에 농정은 괴리, 새 비전 필수”

오현석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사무국장

한국농업은 아시다시피 성장논리 속에 희생돼 왔다. 농업·농촌의 붕괴를 당연시 한 경제성장 논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는 농산물 공급과잉 구조로 변한 1970년대를 지나면서 가트(GATT), 우루과이라운드(UR), 세계무역기구(WTO) 등이 등장했고, 농산물의 무역자유화와 개방 압력이 속도를 냈다. 세계 농정도 시장개입 정책에서 직불정책으로 전환됐으며, 농지와 임금이 싼 지역으로 다국적 농업자본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가족농이 위기를 맞았고, 개발도상국들은 기아와 기근에 허덕이게 됐다. 우리나라처럼 재정여건이 빈약한 국가들은 농산물 가격지지 정책도 제대로 못하고 구조조정으로 내몰리고 말았다. 개방농정 대책으로 국가주도 생산주의 농정이 다양하게 구체화 됐으나 효과는 없었다. 1990년대부터 우리 농업은 양적으론 성장했지만 소득은 늘지 않는 괴리현상이 나타났고, 그 결과 도시와 농어촌 소득격차는 지속 확대되는 중이다.

유럽 등 농업선진국들이 농민중간층을 두텁게 하며 자국 농업을 육성해 왔지만, 우리는 여전히 영세소농 중심이며 노령화가 가속되고 있다. 미래주체가 잘 안 보이는 상황일 뿐 아니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더이상 기존의 농정으로는 농업·농촌·농민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현석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사무국장
농특위 주최 국제심포지엄에서 1부 주제발표를 한 오현석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사무국장.  한승호 기자

 

농특위는 우리가 직면한 농업 위기를 경제적·사회적·환경적인 복합위기라고 진단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내세우는 포용국가 논리가 농업·농촌·농민정책에서는 빗겨가고 있다. WTO 개도국 포기 결정 등이 대표적이다. 농업은 위기상황이 심화되고 환경에 주는 마이너스 요인들도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특단의 노력이 없으면 도저히 헤쳐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현장의 지적이다. 농업규모의 확대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수입개방으로 농산물 가격불안정성은 높아지고 있으며 투입재를 한껏 증가시킨다고 농업소득이 늘어날 것인지 의문이다. 따라서 농특위가 초점을 둬야 할 것은 생산주의 농정을 탈피하고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농정을 추구하느냐의 문제다.

특히 농업과 농촌에 새 역할을 기대하게 해야 한다. 식량안보는 물론 생태계와 자연경관을 보존하며 문화자원을 보존하고 국토의 균형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 역할을 심어줘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위해 우리 농정은, 지속가능성·포용성·혁신성·자치성을 강화해야 한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농업, 공익적 가치를 중시하면서 환경친화력을 높이는 지속가능성'과, 도농간의 삶의 질 격차를 해소하고 협동과 연대의 농촌사회 상을 마련해 포용성'을 담보한 농정 설계가 필요하다. 여기에 중앙집권적 농정을 극복하고 주민참여 거버넌스 중심의 자치분권'적 성격 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농특위는 출범 이후 농어업분과위, 농어촌분과위, 농수산식품분과위를 구성하고 7개의 소분과를 운영했다. 각 단위의 지속적인 회의와 최근 전국 시도에서 개최한 타운홀미팅 등을 통해 전국의 농어민을 만나면서 농정전환을 위한 중점 개혁과제를 선별했다. 요약해 보면 △공익기여지불 중심의 예산구조 변화 △가격·경영안정을 위한국가책임 강화 △농어촌을 모든 국민의 삶터·일터·쉼터·공동체의 터로 조성 △농어촌의 삶의 질 향상과 복지증진 △먹거리 기본권 보장과 먹거리 주권 확립 △지속가능한 축산·양식 실현과 가축질병 근절 근본대책 수립 △지방정부 자율농촌 확대 및 농어민 농정참여 보장 △협동조합 정체성 부합하는 농협·수협·산림조합 혁신 △농어업 국제협력 강화 및 남북관계 마중물 역할 수행 △지속가능 농정과 농정분권 실현 위한 조직과 제도 혁신, 10가지다.

농특위는 12월 중 농정비전 선포식을 통해 새로운 농정방향을 발표할 계획이다. 2020년 2월에는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5월 예산 반영 등 후속조치 연계에도 힘을 쏟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