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법인에 경도된 농림축산식품부 우려된다

  • 입력 2019.11.24 18:48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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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처리됐다. 농안법 개정안의 핵심은 도매시장 내에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개설자가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기존의 농안법에서는 사실상 시장도매인제 도입이 불가했기 때문이다.

가락시장의 예를 보면, 개설자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서 10여 년 전부터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농림축산식품부의 반대로 무산돼 왔다. 이에 개정안에서는 개설자에게 시장도매인제 도입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또,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전제로 중도매인들의 거래 투명성 강화 장치를 마련했다. 그런데 지난 20일 상임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시장도매인제 도입 권한 관련 내용은 쏙 빠지고 중도매인 규제를 강화하는 부분만 남긴 채 처리됐다. 형평성 차원에서도 잘못된 것이다.

시장도매인제 도입 문제는 10여 년 동안 계속 논란이 된 사안이다. 시장도매인제 도입 여부를 놓고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학계, 언론계, 농민단체 등도 대립하고 있었다. 최근에 와서는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쪽으로 여론이 형성되고 있었다.

이런 여론에 따라 국회 농해수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완주 의원이 개설자가 시장도매인제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하는 농안법 개정안을 낸 것이다. 문제는 농해수위 법안 심사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의 강력한 반대와 농식품부의 암묵적 동의로 핵심은 빠지고 문제를 키우는 개정안이 처리됐다는 점이다.

사실 박완주 의원의 개정안이 쉽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농식품부는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막아 왔고, 김현수 장관은 농식품부 관료시절부터 시장도매인제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대세력이었다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여당 의원이고 농해수위 간사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기에 그 무게가 다를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여당은 도매시장 개혁안을 내고 농식품부는 수구세력에 동조하여 개혁을 무산시킨 꼴이 됐다.

가락시장 청과법인 문제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생산농민과 소비자는 안중에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에만 매몰돼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그 결과 도매법인은 자본의 먹잇감이 돼 버린 지 오래다. 도매법인들은 경매수수료 담합으로 공정위에 수백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으며, 수수료에 포함돼야 할 하차비는 별도로 징수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시장 내에서는 농식품부가 청과법인들의 뒤를 봐주는 ‘큰형님’ 노릇을 하고 있다는 낯부끄러운 말들이 횡행하고 있다. 이러한 소문을 일축하기 위해서라도 농식품부는 시장 내의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고 출하자와 소비자의 이익이 극대화 될 수 있도록 농산물 도매시장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개혁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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