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도매시장 개혁안, 알맹이가 빠졌다

박완주 의원 발의 농안법 개정안, 농해수위서 취지 훼손
시장도매인제 도입 다시 원점 … 중도매인 책임만 부여

  • 입력 2019.11.24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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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줄곧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에 막혀왔던 도매시장 개혁이 이번엔 국회 보수야당에 막혔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개정안이 도매시장 개혁을 위한 핵심조항이 빠진 채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박 의원이 발의한 농안법 개정안의 핵심은 시장도매인제 자율도입이다. 가락시장 개설자인 서울시가 도매법인(경매)의 독과점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 10년 가까이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추진해 왔지만 지금껏 승인권자인 농식품부가 이를 막고 있었다. 개정안에선 개설자가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요청하기만 하면 농식품부가 반드시 승인하도록 사실상 개설자에게 결정권을 부여했다. 이와 함께 △도매법인 경매사의 정가·수의매매 활성화 노력 △가격이 결정돼 들어온 수입농산물의 상장예외 허용 △중도매인의 기장사항·거래명세 보고 의무를 담았다.

그러나 지난 20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선 이 가운데 △시장도매인제 자율도입과 △수입농산물 상장예외 부분을 제외한 내용만이 대안으로 의결됐다. 논의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 간 격렬한 찬반 논쟁이 있었고, 결국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적극적인 반대로 핵심조항인 시장도매인제가 빠져버린 것이다.

이에 법 개정을 통한 도매시장 개혁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에 맞춰 시장의 하드웨어를 구축해야 할 서울시가 시장도매인제 도입의 불확실성으로 다소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더욱이 대안에 살아남은 조항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중도매인 장부보고 의무는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전제로 한 반대급부 성격을 갖는다.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을 아울러 도매시장을 개혁하려는 의도가 중도매인 일방에 대한 부담 설정으로 귀결됐다. 당초 주 개혁대상이 도매법인이었음을 생각하면 상당히 엇나간 그림이다.

나용원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박 의원의 개정안은 거래제도 다변화와 이를 위한 투명성 제고를 함께 담은 세트법안이었다. 정작 개혁적인 내용은 날아가고 개혁을 추진하던 주체들에게만 부담을 안긴 꼴이 됐다”며 황당해했다.

박완주 의원실도 야당의 반대로 법안의 본 취지가 무산된 데 아쉬움을 표하며 향후 농식품부를 상대로 의도했던 도매시장 개혁 완수를 위해 임기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장관과 실무자들이 도매시장 개혁 반대 의지를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어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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