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민의 등지고 농민수당 왜곡 … ‘농가 기본소득 보장제’ 대상, 저소득 농가로 한정

“농민은 거지가 아니다” 충북 농민들 긴급 규탄 나서

  • 입력 2019.11.24 18:00
  • 기자명 안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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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안기원 기자]

충북농민수당추진위 소속 농민들이 충청북도의 ‘충북형 농가기본소득보장제’ 기자브리핑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충북농민수당추진위 소속 농민들이 충청북도의 ‘충북형 농가기본소득보장제’ 기자브리핑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충북농민수당추진위원회의 조례발의 청구서명 참가인원이 2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충청북도(지사 이시종)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충북형 농가 기본소득 보장제’를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서명용지 최종 분류 및 점검작업을 위해 모였던 추진위 소속 농민 10여명이 간담회 장소에서 긴급 피케팅을 진행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피케팅에 참여한 농민들은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의장 김도경) 소속 간부 및 회원들이다. 김도경 의장은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충북도가 농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다. 농민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농민들이 농민수당을 만들어 보겠다고 주민발의로 서명을 하고 있는데 홍보하고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깽판을 놓는 게 아니냐”며 분노했다. 이어서 김 의장은 “그간 충북도에 농민수당 관련 제안을 수도 없이 했는데도 묵묵부답이다가 이제 서명용지를 점검해서 제출하려고 하자 농민수당을 무늬만 기본소득제로 퉁치겠다고 발표하니 사활을 걸고 싸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박형백 사무처장은 “오늘 아침 예정에 없이 소식을 듣고 왔다. 농민수당을 충북도가 기본소득제라는 이름의 선별적 복지정책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농민수당 관련 토론회와 민관 협의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작금의 상황을 보니 협의가 아니라 농민수당을 관철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연대단체들과 함께 투쟁해야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또 김남운 정책위원장은 “농민수당에 대한 농민들의 요구가 높은데 그만큼 농업의 현실이 위기라는 의미다. 이런 농민의 절박한 요구를 알고도 이시종 지사가 임기 시작부터 지금까지 연구용역을 맡기겠다며 농민을 속여왔다. 연구용역은 진행도 하지 않고 갑자기 일주일만에 나올법한 브리핑 자료를 가지고 내년도부터 기본소득제를 시행하겠다고 한다”며 비판했다.

김희상 민중당 충북농민위원회 집행위원장도 “충북도의 자료를 보니 선별복지, 보편복지의 문제로 접근하는데, 정말 농민수당의 가치에 대해 알면서도 이러는 것인가. 농민수당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해 사회적으로 보상하는 것인데 충북도는 가난한 농민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인식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규탄했다.

이날 충북도가 발표한 ‘충북형 농가 기본소득 보장제’의 내용을 보면 지원 대상이 0.5ha미만 농가 중 농업소득이 500만원 이하인 저소득 농가로 설정돼 있어 ‘기본소득’의 개념과는 거리가 먼 선별적 복지정책이기도 하다. 또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임기초인 2017년부터 농민들과의 간담회 자리 등을 통해 자신의 공약인 ‘농업인 기본소득 보장제’ 시행을 위해 1억5,000만원의 연구용역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하고는 지금까지 집행하지 않고 있어 농민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편 충북농민수당추진위원회는 충북도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농민수당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보고 청구서명 취합에 박차를 가해 예정보다 빠른 시일내에 청구서명을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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