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관세율 513% 얻고 우리가 잃은 것들

국내 생산량 11% 수준 TRQ 쌀 40만8,700톤, 5% 관세로 계속 수입
중국·미국·대만·베트남·호주 5개국 쿼터 2배 늘리고 밥쌀수입 압박 ‘굴복’
전농·쌀협회 “굴욕 협상이자 쌀농업 포기 협상” 맹성토

  • 입력 2019.11.24 18:0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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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WTO 쌀 관세화 검증 협의결과를 브리핑 하며 “513% 쌀 관세율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WTO 쌀 관세화 검증 협의결과를 브리핑 하며 “513% 쌀 관세율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5년간 이어진 우리나라의 세계무역기구(WTO) 쌀 관세율 검증 협상이 513%로 확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는 지난 12일 브리핑을 통해 관세율에 이의제기를 했던 5개국과 검증 종료에 합의했다고 밝히며, 쌀 관세율 513%, 쌀 저율할당관세(TRQ, 5% 관세) 총량과 국영무역 등 기존 제도를 유지하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513% 관세율을 확보한 대신 우리가 내준 것들도 상당하다. 올해 기준 쌀 생산량의 11%에 해당하는 40만8,700톤의 TRQ 쌀은 감량 없이 계속 수입해야 하고, 5개국에 국별 쿼터를 2배 늘려 배정했다. 또 지난 2014년 9월 쌀 전면개방 선언 당시 밥쌀 수입 의무를 없애겠다던 정부가 말을 바꿨다.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밥쌀수입은 불가피하다고 입장을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WTO 쌀 관세화 검증 협의 결과를 브리핑했다.

지난 2014년 쌀 관세화 유예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정부는 더 이상의 관세화 유예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관세화 결정을 내렸다. 1986년~1988년 국내외 가격차에 따라 관세율을 513%로 산정했고, 2014년 9월 30일 WTO에 통보했다. 하지만 주요 쌀 수출국인 5개국(미국,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이 관세율 산정과 TRQ운영방식 등을 이유로 그해 12월 이의를 제기했다. 513% 관세 적절성을 검증하는 절차가 진행된 배경이다.

햇수로 5년차, 관세 검증 합의 결과 쌀 관세율 513%에 5개 국가가 동의했다. 대신 TRQ 쌀 총량 40만8,700톤의 운영에 변화가 생겼다.

TRQ 쌀은 5% 저율관세로 들여오는 쌀이다. 현재 의무수입되는 TRQ 쌀 40만8,700톤 중 38만8,700톤은 5개 국가에 쌀 수입실적을 기준으로 쿼터를 배분했다. 나머지 2만톤은 국가를 지정하지 않는 글로벌 쿼터다.

국별 쿼터는 오는 2020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며, 5개국겐 효력 발생 후 늦어도 14일 이내에 WTO에 이의철회를 통보하는 절차가 남았다.

밥쌀수입도 여전할 전망이다. 이재욱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10년간(2005년~2014년) 규정돼 왔던 밥쌀 수입의무는 삭제됐다. 다만 이해관계국들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WTO 규정 상 내국민대우 위반소지 등을 감안할 때, 일부 밥쌀수입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12만3,000톤까지 늘었던 밥쌀수입 물량은 국내 쌀공급 과잉 문제가 심화되면서 쌀값폭락 사태까지 벌어지자 2015년 6만톤, 2016년 5만톤, 2017년 4만톤 수준으로 조절됐다. 지난해 밥쌀은 4만톤 수입 됐으며 올해는 2만톤까지 수입됐다. 올해 안에 밥쌀수입이 추가될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재욱 차관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행덕)과 (사)전국쌀생산자협회(회장 김영동)는 20일 연명으로 관세화 협상결과에 대한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두 단체는 “쌀 관세율 513%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있는 권리도 지키지 못한 굴욕협상이자 쌀농업 포기 협상”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정부는 2015년 밥쌀수입 의무가 사라졌다는 사실, 나라별 쿼터가 사라졌다는 사실, 수입쌀에 대한 내국민대우 조항에 따른 사용처 제한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전체 의무 수입물량의 95%를 각 나라에 쿼터 형식으로 배정한 협상결과에 대해 “해외원조 및 폐기, 대북식량지원 활용가능성도 스스로 닫아 버렸다. 또한 밥쌀 수입을 하지 않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은 이번 협상으로 정식 폐기됐을 뿐 아니라 국내 쌀값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맹성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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