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아버지를 봤어야 아버지가 뉘신지 알지요. 꿈속에서도 못 봤으니 어찌 알것소. 아이를 낳아보니 고슴도치 이야기가 사실이어라. (돌아가시지 않았더라면) 우리 아버지가 나를 이렇게 이뻐했을 것인디… 꽃 같이 젊은 우리 아버지를 왜 죽였을까요. 아버지 없이 세상 산 엄니는 혼자 아버지 몫까지 함시롱, 골병이 다 들었어요. 나는 부부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엄니 앞에서 아내 사랑도, 자식 사랑도 맘껏 못했어라.” - 위령제에 앞서 낭독된 전남 보성군 복내면 유족 이찬식 씨의 시 ‘아버지’
여순 항쟁 70주년을 맞았던 지난해를 전후로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추진운동 등 사건의 재조명을 위해 다양한 움직임이 전개되는 가운데, 71주년 구례 민간인 희생자 위령제가 지난 19일 구례군과 여순항쟁 구례유족회(회장 이규종)의 주최로 구례현충공원에서 열렸다. 보통 위령제는 발발일인 10월 19일경 치러지나 올해 구례의 위령제는 위령탑 제막 관계로 한 달여 늦어졌다.
어머니 뱃속에서 자라는 동안 아버지를 잃은 유족 이찬식 씨의 시 ‘아버지’가 낭송되며 시작된 위령제는 도올 김용옥 교수가 초헌관을, 김순호 구례군수가 아헌관을, 정동인 전 전라남도 교육감이 종헌관을 맡아 진행됐다.
“이제 우리는 울겠습니다. 영원히 울겠습니다. 1948년 10월 19일 시작돼 1955년 4월 1일, 지리산 입산 허용 공고가 나붙기까지, 6년 6개월 동안 학살된 2만 여명의 영령이 가해자 피해자를 막론하고 모두 부당한 국가폭력의 희생자임을 밝히고, 그들에게 부과된 터무니없는 이념의 굴레를 벗기며, 광명정대한 민중항쟁의 횃불을 힘차게 던진 정의로운 역사의 하느님이라는 것을 선포하며 울겠습니다. 영원히 울겠습니다.”
도올은 축문에서 여순사건은 반란이 아니라 20세기 민주주의 역사에 선봉을 달린 여순민중항쟁으로써 새롭게 인식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 속히 여순민중항쟁 특별법이 제정돼야한다고 외치며 술잔을 올렸다.
구례군의 ‘제102회 구례열린강좌’는 이날 구례를 방문한 도올의 특강으로 진행됐다. 섬진아트홀 공연장이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찬 가운데 진행된 특강 ‘구례와 여순민중항쟁’에서, 도올은 여순민중항쟁을 다룬 자신의 신간 ‘우린 너무 몰랐다’의 내용을 토대로 구례가 애국과 충절의 고장임을 알리는 한편 올바른 역사인식과 진실규명을 바탕으로 구례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