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인력중개, 사각 지대 해소해야

  • 입력 2019.11.17 18:13
  • 수정 2019.11.18 10:28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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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해 5월 1일 저녁 즈음, 전남 영암군 신북면 어느 도로에서 미니버스가 전복해 8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버스엔 밭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할머니 14명이 타고 있었다. 농업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미친 사고였지만 비극은 그치지 않았다.

올해 7월엔 강원도 삼척시에서 승합차가 전복해 4명이 사망하고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승합차는 충남 홍성지역에서 농작업자들을 태워 경북 봉화군 쪽파 파종 현장으로 가던 길이었다. 홍성에서 새벽에 출발한 승합차는 오전 7시 33분 즈음에 사고를 맞았다. 이달 4일엔 전남 영광군에서 양파 파종 작업에 나선 농작업자를 태운 미니버스가 새벽 6시경 전북 고창군 한 도로에서 추락해 1명이 숨졌다.

이같은 사고가 되풀이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농촌의 인력난과 무허가 인력중개를 꼽을 수 있다. 일손이 급한 농번기가 되면 무리를 해서라도 인력을 끌어오게 되고 그러다보면 안전을 놓치기 십상이다. 연이은 차량 전복 사고는 이같은 농촌 현장의 한 단면일 뿐이다. 무허가 인력중개는 농작업에 수반될 수 있는 여러 안전사고로부터 농민과 농작업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지난 12일 충북 충주시 한 사과 과수원에서 만난 전경수 중원농협 인력중개센터 소장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전 소장은 “지역 내 과수원들이 대부분 산비탈에 있어 항상 조심해야 한다. 대부분 고령의 할머니들이라 넘어지면 크게 다친다”고 전했다. 인력중개센터는 다행히 상해보험을 무상지원하고 있다. 올해 2명이 농작업 도중 골절상을 입었지만 상해보험을 통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밖에 인력중개센터는 농작업시간과 근로조건 등 농민과 농작업자 사이의 중재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엔 아직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 농민들이 훨씬 많다. 박병천 중원농협 과장은 “프리랜서로 뛰는 작업반장들에게 자동차보험과 운전자보험으로 대인대물 다 보장하도록 권하고 있다. 또, 승차인원을 준수할 것도 함께 얘기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농협이 나서 인력중개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예산 지원이 중단되자 사실상 활동이 중단되는 사업들도 있다.

지난해 농식품부 농촌고용인력지원사업의 영농작업반 실적은 362개반 5,214명이며 중개 실적은 82만9,000건 수준이다. 올해 100만건 중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일선 현장은 예산 및 인력 부족으로 이미 과중한 부담을 안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8월 김현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김종회 의원(무소속)이 농촌인력수급 문제를 묻자 “주산지를 중심으로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확대 설치하고 계절근로자 확대 등 외국인력을 확대해 가겠다”고 답변했다. 농식품부가 내년 사업부터 이같은 의지를 관철시킬지 눈여겨 볼 대목이다. 

농촌 일손 부족에 따른 무허가 인력중개에 의한 장거리 이동이 빈번해지면서 농작업자들의 안전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농번기에 연이어 발생한 차량 전복 사고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지난 12일 전남 영암군 도포면 들녘에서 여성농민들이 알타리무를 수확하고 있다. 이들 또한 이날 새벽 운행한 미니버스를 타고 밭에 도착했다.한승호 기자
농촌 일손 부족에 따른 무허가 인력중개에 의한 장거리 이동이 빈번해지면서 농작업자들의 안전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농번기에 연이어 발생한 차량 전복 사고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지난 12일 전남 영암군 도포면 들녘에서 여성농민들이 알타리무를 수확하고 있다. 이들 또한 이날 새벽 운행한 미니버스를 타고 밭에 도착했다.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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