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WTO 개도국 농업보조금 16%만 사용 … ‘구두쇠’ 집행

쌀 수매제 폐지 이후 정부 보조금 규모 급감
공공비축제 전환으로 농민 이중손해 ‘확인’
통상 이유로 농업 희생강요, 대책엔 수수방관

  • 입력 2019.11.17 18:00
  • 수정 2019.11.18 16:2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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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나락을 거둬들이는 가을걷이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들녘에서 농민들이 콤바인을 이용해 벼를 수확하고 있다. 추수가 끝난 들녘 곳곳엔 볏짚을 말아 놓은 ‘공룡알(곤포사일리지)’들이 놓여 있다.
지난 2004년 쌀 수매제 폐지 이후 정부가 집행한 농업보조금 총액은 급감했다. 쌀 수매제 폐지와 이후 보조금 급감이 겹쳐 결과적으로 농민들은 손해가 가중된 것이다. 지난달 25일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발표에 따라, 보조금 상황은 더 열악해질 전망이다.    한승호 기자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농업분야 개도국 조건에서 쓸 수 있는 ‘농업보조금’을 불과 15.5%만 집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 2004년 쌀 수매제 폐지 이후 정부가 집행한 농업보조금 총액은 급감했다. 쌀 수매제 폐지와 이후 보조금 급감이 겹쳐 결과적으로 농민들은 손해가 가중된 것이다. 지난달 25일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발표에 따라, 보조금 상황은 더 열악해질 전망이다.

WTO의 보조금은 크게 무역왜곡효과로 감축의무가 있는 보조금(무역왜곡보조)과 허용보조금으로 나뉜다. 무역왜곡보조에는 감축대상보조(AMS)와 최소허용보조(DM), 블루박스(BB)가 있다. 무역왜곡 효과가 없거나 가격지지 효과가 발생하는 않는 허용보조 그린박스(GB)까지, 우리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농업보조금은 모두 4종류다.

김현권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에 요청한 ‘WTO 통보 농업보조금 이행 현황(1995~2015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년(1995~2015년)간 감축대상보조한도는 모두 195조8,049억원이었다. 이 중 우리 정부는 AMS·DM으로 30조3,844억원을 집행해 15.5%의 집행률을 기록했다.

특히 쌀 수매제 폐지 이후 정부의 농업보조금 집행실적이 크게 줄었다.

김현권 의원실이 매년 감축대상 보조금 집행 비율을 따져보니 △1995년~2004년까지 평균 27.1%(82조6,483억원 중 22조4,286억원)였고 △2005년~2015년까지 평균 7%(113조1,566억원 중 7조9,558억원)로 급감했다.

 

추곡수매제 폐지로 정부부담 농업보조금 ‘급감’

김현권 의원실은 “WTO 출범 이후 개도국 지위 아래 확보한 감축대상보조한도 집행비율이 2004년엔 22.3%에서 2005년 7.3%로 급격히 떨어진다. 이는 2004년 정부가 추곡수매제를 폐지한 탓이다. 정부는 농협에 쌀시장 격리에 따른 예산부담을 떠 넘겼지만, 예전 수준으로 농업보조금 집행 규모를 복원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제한없는 보조금 그린박스도 ‘인색’

우리 정부의 농업보조금 정책 문제는 또 있다. WTO에서 제한을 두지 않은 보조금인 그린박스(GB)는 농업총생산액 증가율과 비교해 거의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줄었다.

1995년 3조7,878억원이었던 GB는 △2005년 5조2,198억원 △2015년 7조3,643억원 등으로 집행됐다. 농업총생산액이 27조2,524억원(1995년)에서 50조8,430억원(2015년)으로 86% 늘어났으나 GB 집행비율은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또한 정부는 스위스, 일본 등 선진국들이 추진하는 보조금, 블루박스(BB)를 지난 20년간 단 한 번도 집행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권 의원실은 “정부가 농업보조금의 전체 규모도 줄였을 뿐 아니라 농정을 선진화 하는 것도 게을리 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농업총생산액은 늘었지만 감축대상 보조금 집행비율은 지난 20년간 점점 줄었으며 1995년 8.7%로 가장 높았고 2009년 0.9%로 가장 낮았다. 그 결과 농업총생산액 대비 감축대상보조금 평균 집행률은 3.8%라는 초라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DDA 협상에서는 개도국의 경우 감축대상보조(AMS)를 8년에 걸쳐 39% 감축하는 대신 매년 1조430억원까지 지급할 수 있게 했다. 선진국은 5년 동안 45%를 감축해야 하고, 최소허용보조(DM)도 생산액의 6.7%에서 2.5%로 제한받는다. DDA 협상대로라면 우리나라의 AMS는 1조4,900억원에서 선진국 지급 상한액인 8,195억원으로 크게 축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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