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에 비친 주황빛 감타래에 늘 감탄”

전국 최대 곶감 산지 상주, ‘감 깎기’ 작업 종료

  • 입력 2019.11.17 18:00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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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노동자들이 곶감 건조용 행거에 깎은 감을 꽂은 뒤 장대에 감을 매달고 있다. 몇 년 간 함께 일손을 맞춰온 이들이라 일에 막힘이 없다.
중국인 노동자들이 곶감 건조용 행거에 깎은 감을 꽂은 뒤 장대에 감을 매달고 있다. 몇 년 간 함께 일손을 맞춰온 이들이라 일에 막힘이 없다.
건조장 앞 작업대에서 농민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감을 깎고 있다. 이날은 보름여 간 이어진 감 깎기의 마지막 날이었다.
건조장 앞 작업대에서 농민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감을 깎고 있다. 이날은 보름여 간 이어진 감 깎기의 마지막 날이었다.
전성도씨가 감 깎는 기계에서 나온 감을 다시 갈무리하고 있다.
전성도씨가 감 깎는 기계에서 나온 감을 다시 갈무리하고 있다.
곶감 건조용 행거에 감을 꽂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곶감 건조용 행거에 감을 꽂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건조장에 들어서니 감 특유의 단내가 ‘훅’ 코끝에 스친다. 아침 햇살을 받아 도드라지는 주황 감빛은 눈이 부실 정도다. 늦가을을 지나며 알록달록 산하를 물들어가는 단풍만큼이나 색이 부드럽고 곱다. 이미 건조장엔 24만여 개의 감이 빽빽하게 매달려 장관을 이루고 있다. 감 타래마다 달린 감만 해도 수십여 개다. 감을 깎고 매다는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른 지난 4일 전국 최대 곶감 생산지인 경북 상주를 찾았다.

올해로 감 농사만 9년째, 이날 만난 전성도(55, 내서면 신촌리)씨는 중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감을 깎느라 여념이 없었다. 감 깎는 기계로 껍질을 벗긴 감을 세밀하게 다시 한 번 손질하는 이들의 손놀림은 예사롭지 않았다. 벌써 몇 년 째 함께 손발을 맞춰 온 사이라 일의 과정도 막힘이 없었다. 깎은 감을 1번부터 5번까지 크기별로 나누고 이를 컨테이너 상자에 담아 건조대로 옮기는 일이 물 흐르듯 진행됐다.

전씨는 “농촌이 고령화되고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사실상 그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며 “특히 감을 따고 깎고 말리는 극성수기엔 이들의 일손 없이는 일을 해나갈 수가 없다”고 농촌의 현실을 전했다. 아니나 다를까. 건조장에서 감 타래에 감을 매달고 있는 여성 또한 모두 외국인 노동자였다.

곶감을 만들기 위한 작업은 이미 지난달 20일경부터 시작됐다. 나무에서 감을 따 트럭에 싣고 건조장으로 옮기면 중국인 노동자들이 감을 깎고 매달았다. 상주를 찾은 이날은 보름 가까이 진행된 감 깎기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동안 원료로 쓰인 감만 대충 셈해도 20kg 1,500상자에 달했다. 말 그대로 약 30톤의 감이 건조장으로 향했다.

이제 남은 작업은 매단 감을 잘 말리는 일이다. 시간이 흐르며 떫은맛이 빠지고 당도가 오르고 주황 감빛이 더욱 진해지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전씨는 하루하루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건조장 양쪽의 가림막을 조금씩 올리거나 내려줘야 한다. 색이 오롯이 들기 전에 직사광선을 받으면 하얗게 변색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보름 이상 들여야 할 품이라 이 시기엔 외부일정도 제쳐둔 채 건조장 붙박이가 되기 일쑤다. 전씨는 “비록 힘은 들지만 감을 다 깎은 뒤 아침저녁으로 햇살에 비친 감타래를 보면 내가 봐도 감탄스럽다”며 “이젠 상주의 바람과 햇빛, 자연이 함께 키우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감을 매달고 60여일 정도 말려야 비로소 곶감이 된다. 내달 20일 경엔 올해 생산된 곶감의 달달함을 맛볼 수 있다. 상주시는 곶감의 본격적인 출하를 알리며 내달 21일부터 5일간 곶감축제를 열 계획이다.

날이 추워질수록 달달함이 깊어지는 곶감, 이 땅의 농부와 외국인 노동자들의 수고로움과 더불어 상주의 자연이 품어 함께 만든 곶감을 기다리는 것 또한 이 가을이 선사하는 큰 기쁨이 아닐까. 

건조장에 24만여 개의 감이 빽빽하게 매달려 장관을 이루고 있다.
건조장에 24만여 개의 감이 빽빽하게 매달려 장관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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