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판치는 정가·수의매매 바로 잡아야

  • 입력 2019.11.17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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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수의매매는 정가매매와 수의거래를 합친 거래 방법으로 출하자·중도매인 사이에 도매법인이 가격과 수량, 출하시기를 중개하는 거래 방법이다. 정가·수의매매는 경매중심의 도매시장에서 경매제도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2012년도에 도입됐다.

우리 농산물도매시장은 30년 전 가락시장을 개설하면서 그간 농산물 거래 과정에서 발행하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매제도를 도입했다. 도매법인이 주체가 된 경매제도는 농산물 거래 과정에서 나타나는 고질적 문제인 거래의 투명성과 출하대금 정산 안전성을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경매제도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정가·수의매매다. 그런데 이러한 제도가 지금까지 사실상 편법적으로 운영된 것으로 보인다. 도매법인이 거래를 중개하지 않고 중도매인이 나서서 물량을 유치하는 일명 ‘기록상장’을 통해 거래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도매법인은 아무 하는 일 없이 거래등록만 해주면서 수수료를 챙기고 유통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 경매제도를 보완하고자 도입된 정가·수의매매가 경매제를 보완하기는커녕 도매법인에 불로소득을 안겨주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한편 정가·수의매매는 이번에 벌어진 수입 무·양배추의 가락시장 반입 논란에서 보듯이 수입농산물 거래에 악용되고 있어 농민들이 간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이는 정가·수의매매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제도를 편법 또는 불법적으로 운영한 탓이다. 이를 제지해야 할 도매법인이 수수료 챙길 욕심에 사실상 중도매인들과 공모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러한 정가·수의매매는 수수료뿐만 아니라 거래실적으로 농식품부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불법 또는 편법이 도매법인에게 다양한 이익까지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도매법인이 공공성 보다는 사익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개설자와 농식품부의 철저한 감시와 감독이 있어야 한다.

정가·수의매매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도매법인이 인력 확충과 영업능력 강화 등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도매법인은 안정적이고 편안한 경매 수익에 안주해 정가·수의매매를 정상화하는 데는 이렇다 할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정가·수의매매는 고사하고 통합정산조직 운영, 품목별 통합경매 등 경매 자체의 효율성이나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에도 고개를 돌리고 있다.

정가·수의매매의 편법·불법 운영과 경매제의 정체 문제는 결국 도매법인들의 독점적 지위가 근본 원인이다. 도매시장의 기능은 생산자와 유통인 그리고 소비자의 이익의 균형을 통한 유통의 효율화에 있다. 그러나 우리 도매시장은 도매법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로 변질됐다. 그래서 결국 도매시장의 구조를 변화시켜 시장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그것은 거래제도의 다양화에 있다.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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