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농민수당 “늦은 만큼 확실하게”

공익적 기능 보상 아닌 농민기본소득 개념으로 접근
보편적·무조건적·개별적, 진정한 ‘농민수당’ 실현해야

  • 입력 2019.11.17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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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경북지역 진보적 농민단체들은 지난 11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경상북도 농민수당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경북지역 진보적 농민단체들은 지난 11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경상북도 농민수당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경상북도(지사 이철우) 농민수당 도입 논의가 농민들의 주도하에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광역자치단체 중 진행속도는 가장 늦지만 그만큼 ‘기본소득’ 개념으로서 농민수당의 취지를 살리려는 논의가 깊이있게 이뤄지는 모습이다.

전국적으로 농민수당 도입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고 경북에서도 봉화·청송 등 시군 단위의 선도적 행보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경북도는 행정의 관조적 태도와 농민단체 간 불협화음으로 ‘농민수당 불모지’를 자처하고 있다.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경북도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경북연합 등 경북지역 5개 농민단체는 지난 11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경상북도 농민수당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농민수당 도입을 위해 그간 진보적 농민단체에서 나눠온 고민들을 공유하고 향후 운동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주제발표를 맡은 박경철 박사(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는 정부의 개방농정이 농민들의 소득문제를 야기했고 현행 면적중심 직불제가 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며 농민수당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특히 “농민수당을 개별 농민에게 지급해야 개인의 권리와 여성의 권리가 보장되고 지역 인구를 증가시킬 유인이 되며, 공동체활동도 활성화할 수 있다. 농민당 월 20만원은 받아야 농촌에서 살아갈 수 있다”며 농가단위가 아닌 농민단위 지급을 강조했다. 또 “농민수당이 모든 농업문제를 해결할 순 없지만 패러다임을 바꿔낼 수 있다. 농민들이 좀더 자유롭고, 대접받고, 존엄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김윤미 전여농 경북연합 식량주권위원장은 농민수당에서의 여성농민 소외 문제를 더욱 깊이 지적했다. 그는 “기존 ‘농가’ 중심의 농업정책 속에 여성농민들이 농민으로서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여성농민을 포함해 소외된, 그러나 농민으로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농민수당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상북도 농민수당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김윤미 전여농 경북연합 식량주권위원장, 김태수 전농 경북도연맹 정책위원장, 윤금순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 최난희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조직교육부장,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
‘경상북도 농민수당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김윤미 전여농 경북연합 식량주권위원장, 김태수 전농 경북도연맹 정책위원장, 윤금순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 최난희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조직교육부장,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

경북에서 논의 중인 농민수당의 가장 큰 특징은 ‘기본소득’ 개념에 있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보상이 아닌, 복지적 관점의 접근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최난희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조직교육부장은 기본소득의 3원칙으로 보편성·무조건성·개별성을 꼽으며 “현재 추진 중인 타 지역의 농민수당들이 대개 기본소득의 원칙에서 벗어나 있다. 대상도 가구당 1명으로 돼 있고 의무이행 조건을 요구하기도 한다. 농민수당은 어떤 행위의 대가가 아니라 농민이라면 누구에게나 마땅히 지급돼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태수 전농 경북도연맹 정책위원장은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농민수당 진행상황을 소개했다. 내년부터 전국 모든 지역에서 농민수당 지급이 시작될 전망이지만, 경북은 설령 지금부터 행정과 의회가 전폭적으로 협조한다 가정해도 4분기에야 간신히 지급이 가능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농민수당 도입을 위해 도지사 면담요청을 몇 차례나 했는데 여전히 면담을 못 하고 있다. 지사의 의중은 모르겠지만 소극적을 지나 부정적인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북에 농민수당을 실현시키기 위해선 도나 의원들에게만 맡겨놔선 안된다. 당사자인 우리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농민들은 다음달 중 농민단체와 시민단체를 망라한 농민수당 운동본부를 결성하고 내용과 방향성에 대한 토론을 거쳐 내년 초 조례 주민청구 및 서명운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좌장을 맡은 윤금순 대통령직속 농·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은 경북도 측이 토론에 함께 참여하지 않은 데 대해 수 차례 유감을 표하며 “경북이 (농민 수가 가장 많은) 농도라고 하면서 농정은 가장 늦는데, 정치적 이유가 깔려있지 않나 싶다. 경북도가 판단을 빨리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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