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희망수매’, 사실상 ‘강제수매’

현장이해 없는 ASF 방역대책
철원 양돈농가들 총궐기 나서

  • 입력 2019.11.17 18:00
  • 기자명 정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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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정경숙 기자]
 

지난 5일 철원의 양돈농가들이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 강압적 정부대책, 존폐위기 한돈농가 총궐기대회’를 열어 정부의 과도한 대응책을 비판했다.
지난 5일 철원의 양돈농가들이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 강압적 정부대책, 존폐위기 한돈농가 총궐기대회’를 열어 정부의 과도한 대응책을 비판했다.

강원도 철원의 양돈농가들이 정부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대책을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철원에선 원남면 비무장지대에 서식하는 야생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8일까지 총 9건 발견됐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남방한계선 기준 10km이내 철원의 양돈 농가를 대상으로 ‘희망수매’를 권유했다. 그러나 양돈 농가들은 “행정편의적 대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총궐기에 나섰다.

농가들이 항의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원남면은 철원의 외곽지역으로 지리적으로 철원보다 화천이나 양구와 가까움에도 행정구역상으로 철원군에 속해있다는 이유만으로 위와 같은 대책을 세운 것은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책상머리에서 줄 그은 것과 같다’는 것이다.

둘째, ASF 발생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르면 발생농가 기준 500m이내 농가만 살처분하며, 3km와 10km 단계별로 방역처리를 하는 처리지침이 있음에도 정부는 전혀 따르지 않고 있다.

셋째, 농가들은 정부가 제안한 ‘희망수매’는 ‘강제수매’와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수매대상이 된 철원의 양돈 농가는 총 28농가로 7만3,239두의 돼지를 키운다.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수매를 실시했는데, 수매신청이 완료될 때까지 철원군 내 돼지와 분뇨 반․출입을 금지하며 축산차량 이동을 통제하고, 도축은 철원군 1개 도축장에서만, 분뇨처리는 철원군 2개 분뇨처리장에서만 해야 한다. 농가들 처지에선 양돈 사육 자체가 불가능하며, 설사 사육한다 해도 출하규격과 수지를 맞출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수용해야 하는 ‘강제수매’라 보는 것이다.

대한한돈협회가 농림축산식품부를 찾아가 대책마련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지난 5일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철원 양돈농가 총궐기대회까지 열었으나 ‘긍정적 검토’라는 답변만 되풀이돼 양돈농가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철원 양돈농가들은 정부에 △과도한 방역대책 설정에 따른 지나친 살처분 정책을 철회하고 야생멧돼지와 사육돼지간 감염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역모델을 만들 것 △수매 대상이 아닌 양돈 농장의 운영이 원활하도록 이동제한정책을 조정할 것 △농장 정밀 검사 결과 3주간 음성 유지 시 지역적 이동제한을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수매 대상 농가의 생존을 위해 △살처분 보상금과 폐업 보상책의 현실화 △재입식 시기 설정 명확화 △살처분 후 재입식까지 소득 보전책 마련 △농식품부와 환경부로 이원화된 국가관리 시스템 일원화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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