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협치로 도시농업 지속가능성 키워야

  • 입력 2019.11.17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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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도시농업의 지속가능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일시적 체험 중심 도시농업이 아닌, 도시 내 주민공동체의 강화 및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도시농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내에서도 시민사회의 도시농업 확대·강화 움직임에 지자체들이 조례 제정과 지원으로 응답하는 추세다. 전국적으로 광역·기초지자체를 통틀어 2019년 현재 114건의 도시농업 지원조례가 만들어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정부도 도시농업을 무시할 수 없기에, 정부는 2017년 9월 22일부터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시행했다.

이와 같은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질적 성장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도시농업의 ‘지속가능성’이 문제다. 도시농업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는 학교텃밭만 봐도 그렇다.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서울시농업기술센터가 2017년 공동 발표한 ‘학교텃밭 조성실태와 참여자 만족도 분석’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지원으로 2013년 이후 매년 10%씩 학교텃밭이 늘어나는 등 양적 성장은 두드러진다.

그러나 어려움도 많다. 학교텃밭 프로그램 운영 교사들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텃밭의 지속적 관리의 어려움(76.5%)’을 꼽았다. 학기 중엔 어떻게든 관리한다 해도, 방학 때 관리주체의 부재로 인해 관리가 미흡해지는 상황이란 것이다. 또한 교사들의 14.8%는 ‘텃밭을 이용한 학습 활용’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한다.

학교 밖 도시 공간에서의 텃밭 활동은 더 어렵다. 최근 인천시와 도시농업 조례 제정을 위해 논의 중인 김충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는 “작년에 예산 받아 도시텃밭 프로그램을 시작했던 인천 내 어느 지역은 예산 지원이 종료됨에 따라 관리가 어려워졌다. 그 과정에서 텃밭이 훼손되는 등 지속적 관리체계의 부재로 텃밭 활동도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며 “민·관협치를 통해 지속적인 도시농업 관리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최근의 조례 제정 논의도 그 일환으로 시민사회에서 제안한 것”이라 밝혔다.

지역에서 민·관협치로 도시농업을 강화하는 해외사례 중 하나로 미국 시애틀 사례를 들 수 있다. 시애틀의 P-패치(P-Patch) 프로그램은 시민사회와 시애틀 시 마을공동체국(Department of Neighborhoods)이 함께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P-패치란 시 마을공동체국에서 직접 관리하는 시애틀 내 88개의 공동체 텃밭(Community Garden)을 뜻하는데, 시애틀 시는 이 농경지들을 저렴한 비용 또는 무료로 도시농업 참여 희망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시에서 관리하는 5명의 공동체 텃밭 전문가가 각 15~18개의 P-패치에 배정돼 활동하며, 시는 ‘텃밭 핫라인(Garden Hotline)’으로 토양·퇴비·관개·해충방역 등 작물재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여기서 행정단위는 어디까지나 지원 역할을 할 뿐이며, 운영 주체는 시애틀 시민사회다. 시애틀 내 다양한 도시농업단체들이 시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공동체 텃밭 활동을 펼친다.

국가 단위에서 도시농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쿠바의 사례도 있다. 쿠바 정부는 1991년부터 도시농업 프로그램을 가동했는데, 각 지역에 ‘콘세호 퍼프랄’이라는 풀뿌리 수준 행정기관을 설치하고 이곳에 도시농업 보급원들을 파견했다. 수도 아바나의 경우 13개 구에 70명의 보급원이 있는데, 이들 보급원들이 도시텃밭을 지역 공동체 성원들과 함께 관리한다. 보급원들은 단순히 물자와 시설 지원만 하는 수준을 넘어, 담당 관내를 자전거와 버스로 다니면서 각 농가의 요구와 애로사항, 성공·실패 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조언한다.

위 사례들은 공통점들이 있다. 첫째, 장기간에 걸쳐 지역에서 활동해 온 도시농업 공동체가 있으며, 둘째, 지자체 또는 중앙정부와 지역 공동체 간 민·관 협치로 도시농업 관리체계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점이다. 국내의 경우에도 지역에서 장기간 활동한 도시농업 공동체들이 각지에 있으나, 아직 지자체와 정부에서 이들과의 협치에 적극적이지도 않고, 도시텃밭을 단순한 ‘체험공간’으로 여겨 단기적 지원에 그치는 상황이다.

김충기 대표는 “장기적으로 도시텃밭 활동을 통해 마을공동체를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이 가능한 방향으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민·관 협치 강화와 함께 현재 도시텃밭에 대한 실태조사, 이를 기반으로 한 공유지 마련 등 도시농업 관련 기반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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