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환경부의 왕우렁이에 대한 생태계 교란생물 지정 시도는 친환경농업계의 반발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친환경농업계 일각에선 ‘왕우렁이 농법’과 병행할 대안농법의 확산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어쨌든 왕우렁이가 생태계로 퍼질 시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며, 기후위기가 지속될 시 왕우렁이의 생태계 내 생존력도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새로운 농법 발굴이 절실하다.
국내에서 친환경농업 1세대는 오리농법으로 벼농사에 시도한 바 있다. 오리는 잡초를 뜯어먹을 뿐 아니라 벼에 달라붙는 해충까지 잡아먹기에 벼농가 입장에선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오리농법은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 시 전염 우려 때문에 대대적 보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2008년 강원도에서 오리농법을 보급하려 했으나, 그 해 5월 AI 발생으로 인해 왕우렁이 농법 보급으로 전환해야 했다.
왕우렁이 대신 토종 우렁이를 이용하는 농법도 거론됐었다. 토종 우렁이도 잡초 제거력은 왕우렁이 못지않게 뛰어나다. 그러나 번식력과 생존력이 왕우렁이보다 훨씬 약하다. 왕우렁이가 한 달에 1,000개 이상의 알을 낳는 반면, 토종 우렁이는 한 달에 80개의 알을 낳는 데 그친다. 그중 알에서 나와 장기간 논에서 생존하는 우렁이 비율도 극히 낮기 때문에, 여러모로 논농사에서 토종 우렁이의 이용은 어렵다.
최근 거론되는 방안으로 긴꼬리투구새우를 이용한 벼 잡초 제거방법도 있다. 긴꼬리투구새우는 한반도 토종 생물 중 하나로, 다리가 많은 데다 번식력과 이동성이 높아 논을 휘젓고 다님으로써 논물의 탁도를 높여 잡초가 못 자라게 하며, 먹이를 찾기 위해 논 속 진흙을 파헤치면서 잡초 싹을 제거하기도 한다. 다만 긴꼬리투구새우는 생육주기가 20~30일로 짧기에 초경제초만 가능한데, 역으로 생육주기가 짧아 생태계 교란 가능성도 낮다.
현장에서도 긴꼬리투구새우 농법 실험을 시작했다. 일례로 경남 산청군 차황면에선 한살림산청생산자연합회(대표 이상일)와 한살림연합의 논살림연합(대표 방미숙, 논살림) 간 협력으로 친환경 논에 지역에서 자생하는 긴꼬리투구새우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조사에 따르면, 투구새우의 적정 부화 온도는 35℃이며 부화 가능 온도는 15~45℃다. 논살림은 산청 농민들과 함께 향후 매년 긴꼬리투구새우 투입에 따른 제초 상황을 조사할 계획이다.
왕우렁이를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한 일본에선 그 대안으로 생물다양성을 이용한 논농사 방식의 연구 결과들이 나왔다. 농촌진흥청 박광래 박사 등이 2017년에 소개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 쌀겨 중심의 발효퇴비를 살포한 논에서 써레질 후 담수를 해 수온이 상승 시 깔따구 유충과 실지렁이가 대거 번식함에 따라 논 토양의 잡초를 제거하게끔 하는 농법이 눈에 띈다. 또한 답전윤환, 즉 논에서 대두 재배와 벼 재배를 순환할 시, 대두 재배 논에서 근류균에 의해 발생한 질소화합물의 작용으로 물달개비 등의 잡초 발아가 완전히 억제되는 사례도 소개됐다.
다만 긴꼬리투구새우 농법을 비롯한 생물다양성 농법들은 기존 친환경농법의 전환 및 논둑의 조성을 통한 깊은 물, 즉 심수의 관리가 요구되는 농법들이다. 방미숙 논살림 대표는 “생물다양성 농법에 대한 연구가 늘어나야 하며, 정부에서 대안적 친환경 벼 재배기술의 보급과 이를 위한 환경 조성, 예컨대 논둑의 확보와 이를 통한 생물다양성 강화 시도가 중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