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우렁이, 그 밖의 대안은?

생물다양성 농법 연구 및 농사환경 조성,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 입력 2019.11.17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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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6월 5일 경남 산청군 차황면의 한 논에 투입된 긴꼬리투구새우. 이 긴꼬리투구새우 등을 이용한 새로운 친환경 벼 재배법의 연구 및 실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논살림연합 이현란씨 제공
지난 6월 5일 경남 산청군 차황면의 한 논에 투입된 긴꼬리투구새우. 이 긴꼬리투구새우 등을 이용한 새로운 친환경 벼 재배법의 연구 및 실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논살림연합 이현란씨 제공

환경부의 왕우렁이에 대한 생태계 교란생물 지정 시도는 친환경농업계의 반발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친환경농업계 일각에선 ‘왕우렁이 농법’과 병행할 대안농법의 확산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어쨌든 왕우렁이가 생태계로 퍼질 시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며, 기후위기가 지속될 시 왕우렁이의 생태계 내 생존력도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새로운 농법 발굴이 절실하다.

국내에서 친환경농업 1세대는 오리농법으로 벼농사에 시도한 바 있다. 오리는 잡초를 뜯어먹을 뿐 아니라 벼에 달라붙는 해충까지 잡아먹기에 벼농가 입장에선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오리농법은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 시 전염 우려 때문에 대대적 보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2008년 강원도에서 오리농법을 보급하려 했으나, 그 해 5월 AI 발생으로 인해 왕우렁이 농법 보급으로 전환해야 했다.

왕우렁이 대신 토종 우렁이를 이용하는 농법도 거론됐었다. 토종 우렁이도 잡초 제거력은 왕우렁이 못지않게 뛰어나다. 그러나 번식력과 생존력이 왕우렁이보다 훨씬 약하다. 왕우렁이가 한 달에 1,000개 이상의 알을 낳는 반면, 토종 우렁이는 한 달에 80개의 알을 낳는 데 그친다. 그중 알에서 나와 장기간 논에서 생존하는 우렁이 비율도 극히 낮기 때문에, 여러모로 논농사에서 토종 우렁이의 이용은 어렵다.

최근 거론되는 방안으로 긴꼬리투구새우를 이용한 벼 잡초 제거방법도 있다. 긴꼬리투구새우는 한반도 토종 생물 중 하나로, 다리가 많은 데다 번식력과 이동성이 높아 논을 휘젓고 다님으로써 논물의 탁도를 높여 잡초가 못 자라게 하며, 먹이를 찾기 위해 논 속 진흙을 파헤치면서 잡초 싹을 제거하기도 한다. 다만 긴꼬리투구새우는 생육주기가 20~30일로 짧기에 초경제초만 가능한데, 역으로 생육주기가 짧아 생태계 교란 가능성도 낮다.

현장에서도 긴꼬리투구새우 농법 실험을 시작했다. 일례로 경남 산청군 차황면에선 한살림산청생산자연합회(대표 이상일)와 한살림연합의 논살림연합(대표 방미숙, 논살림) 간 협력으로 친환경 논에 지역에서 자생하는 긴꼬리투구새우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조사에 따르면, 투구새우의 적정 부화 온도는 35℃이며 부화 가능 온도는 15~45℃다. 논살림은 산청 농민들과 함께 향후 매년 긴꼬리투구새우 투입에 따른 제초 상황을 조사할 계획이다.

왕우렁이를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한 일본에선 그 대안으로 생물다양성을 이용한 논농사 방식의 연구 결과들이 나왔다. 농촌진흥청 박광래 박사 등이 2017년에 소개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 쌀겨 중심의 발효퇴비를 살포한 논에서 써레질 후 담수를 해 수온이 상승 시 깔따구 유충과 실지렁이가 대거 번식함에 따라 논 토양의 잡초를 제거하게끔 하는 농법이 눈에 띈다. 또한 답전윤환, 즉 논에서 대두 재배와 벼 재배를 순환할 시, 대두 재배 논에서 근류균에 의해 발생한 질소화합물의 작용으로 물달개비 등의 잡초 발아가 완전히 억제되는 사례도 소개됐다.

다만 긴꼬리투구새우 농법을 비롯한 생물다양성 농법들은 기존 친환경농법의 전환 및 논둑의 조성을 통한 깊은 물, 즉 심수의 관리가 요구되는 농법들이다. 방미숙 논살림 대표는 “생물다양성 농법에 대한 연구가 늘어나야 하며, 정부에서 대안적 친환경 벼 재배기술의 보급과 이를 위한 환경 조성, 예컨대 논둑의 확보와 이를 통한 생물다양성 강화 시도가 중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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