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의 통일농업] 북한의 시설농업과 중평남새온실

  • 입력 2019.11.17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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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북한의 온실농업이 크게 변했다. 외형상으로는 빠르게 성장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북한은 함경북도 경성군 중평남새(채소)온실 건설현장을 소개하면서 이곳을 온실농업의 새로운 기준이라고 밝혔다. 규모나 설비 측면에서 놀라운 발전이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2015년 평양의 장천남새전문협동농장을 준공한 이후 올해 원산 송천남새전문협동농장을 재정비했다. 또 2018년부터 중평남새온실·양묘장을 크게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곳을 시설농업의 부지로 선정한지 불과 1년 만의 일이다. 이들 온실농장은 대규모 면적에 조성됐으며, 시설농업에 필요한 내부 설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년 전만해도 북한의 ‘본보기’ 농장은 사리원 미곡협동농장이었다. 새로운 영농기법과 농장마을이 모범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이곳에서는 북한 방식의 온실농업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미곡협동농장의 온실은 우리에게 ‘수광식 온실’로 알려진 중국 방식과 가까운 외형을 갖췄다. 온실 바닥에서 채소를 재배하고 벽면에는 버섯을 함께 재배하는 방식이다. 어떤 곳에서는 돼지를 함께 사육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때 선군시대의 본보기농장이었던 미곡협동농장이 이제는 더 이상 모범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맞게 본보기와 전형도 바뀌어야 한다는 방침이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중평남새온실·양묘장의 건설현장을 둘러보는 자리에서 “세계적인 농업과학기술 발전 추세와 온실남새부문의 선진과학기술 자료들을 깊이 연구하고 우리 실정에 맞게 적극 도입하도록 할 것”을 강조하며 ‘미곡협동농장 방식의 극복’을 강하게 지적했다.

북한의 시설농업은 그간 평양남새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여기에 북한의 행사용 화훼를 재배하던 평양의 온실농장도 한 몫을 담당했다. 이곳에서는 오이·토마토·고추·가지 등 열매채소까지 재배했으며, 전문 인력도 배출했다. 반면 지방에서는 열악한 온실자재로 인해 시설농업의 발전이 더뎠다. 지방 온실농장에서는 배추·보루(상추)·시금치 등 잎채소류를 주로 생산하는데 그쳤으며, 관련 재배기술도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실정이었다.

북한의 시설농업은 이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공산이 높다. 적어도 양적인 측면에서는 큰 폭의 성장세가 기대된다. 지금처럼 50ha 이상의 대규모 시설농업단지도 잇따라 조성될 전망이다. 재배작목 역시 다양해질 것이다. 특히 대도시 인근에서는 온실농장의 소득이 크게 높았기 때문에 시설농업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원산의 시루봉협동농장의 경우 채소재배를 통해 도시노동자보다 서너 배 높은 소득을 올려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현재 북한은 시설농업용 영농물자를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당장은 시설농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백색혁명’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권역별로 대규모 시설농업단지를 조성하려는 북한 당국의 정책은 앞으로도 강력히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 당국은 이와 관련 “중평남새온실농장은 온실건설에서 하나의 본보기”라며 “앞으로 전국적 범위에서 온실농장을 현대적으로 건설하는 사업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려되는 점은 시설농업에 관한 기술부족이라 하겠다. 이런 재배관리 기술은 한순간에 갖출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시행착오는 영농실패로 이어진다. 전문 인력이 절실하다. 북한의 시설농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남북농업협력이 꼭 필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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