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인력수급, 현장선 어떻게 이뤄지나

대부분 무허가 중개업자 통해 불법 체류 외국인력 등 알선
계절노동 특성상 수요 몰려 ‘부르는 게 값’이어도 쓸 수밖에

  • 입력 2019.11.17 18:00
  • 수정 2019.11.17 18:48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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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2일 전남 영암군 도포면의 한 고구마밭에서 고구마 수확 작업을 마친 외국인 노동자 2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 인근의 다른 밭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2일 전남 영암군 도포면의 한 고구마밭에서 고구마 수확 작업을 마친 외국인 노동자 2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 인근의 다른 밭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기후 영향을 많이 받는 농업의 특성상 농촌에선 지역별로 대개 특정 작물을 재배하는 경우가 많다.

전남 영암군은 고구마를 주작목으로 재배하는데 대부분 4월 중순에서 5월까지 모종을 심고 10월부터 서리가 내리기 전인 11월 중순에 수확을 마무리하는 식이다. 해당 지역에 적합한 작목이 한정돼 있다 보니 인접한 면 소재지는 물론 시·군 단위까지 동일한 작물을 재배하는 경우도 흔하다. 때문에 인력을 필요로 하는 시기가 겹칠 수밖에 없고, 고령화된 농촌에서 일할 사람은 한정돼 있다 보니 필요한 인력을 제때 구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 값을 지불하고 마는 실정이 돼 버렸다.

전남 영암군 삼호읍에서 인력 중개업을 하는 A씨는 “농촌 거주 인력 대부분이 70~80대로 힘에 부치는 일은 할 수 없는데다 그 숫자도 많지 않다. 삼호읍엔 조선소가 있어 외국 인력이 많이 거주 중인데 불황으로 일이 없을 땐 인근 무안이나 해남 등으로 농작업을 많이 나간다”며 “올해같이 비가 잦아 작황이 안 좋거나 지난 번 양파처럼 가격이 바닥일 땐 작업이 없는 경우도 많다. 농번기와 농한기가 극명한데 매년 작업량을 보장할 수도 없으니 인력 운용에 상당히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인력이 필요한 농민들의 입장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정운갑 전국농민회총연맹 영암군농민회장은 “영암군만 놓고 보더라도 규모화에 치중한 정부 농정에 발맞춰 20만평 혹은 40만평씩 특정 작물을 농사짓는 경우가 많다. 업체 한 군데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인력을 한 농가에서 필요로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농가에선 인력을 구하기 더 힘들어졌다”며 “농작물은 특성상 파종이나 수확 등 때를 놓치면 상품성이나 저장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농민들은 웃돈을 얹어서라도 제때 인력을 공급받으려 한다. 거기다 돈만 있으면 100명이든 200명이든 필요할 때 인력을 수급해주니 농민들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무허가 업체를 통해 인력을 알선 받게 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관련해 농민 오용진씨는 “외국 인력을 합법적으로 상시 고용 중인데 일거리가 없을 때도 월급은 줘야 하니까 소득도 안 나는 일을 억지로 만드는 경우가 있다. 농촌 인력이 항시 필요한 것도 아니고 농촌에 거주하는 인구는 날이 갈수록 감소하는데 그렇다고 행정에서 불법으로 유휴 인력을 유입시킬 수도 없는 일 아닌가”라며 “농촌 인력수급은 정부나 농협 등에서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차라리 지금처럼 민간에 맡기고 외국인근로자 쿼터를 확대하거나 불법 체류 외국 인력을 합법화하는 방향이 빠를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12일 영암군 도포면 일원에서는 막바지 고구마 수확이 진행되고 있었다. 2,500평 규모의 고구마 밭에 약 60명의 인력이 투입됐는데 그중 외국인이 95% 이상을 차지했다. 농민 손레희(30)씨는 “이분들 없으면 농사 못 짓는다. 규모도 문제지만 수확하면서 선별하고 상차까지 한꺼번에 해야 하는데 고령화된 농촌에선 그에 맞는 인력을 구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처럼 이날 현장에서 만난 농민 대부분은 정부가 직접 나서 농촌 현실을 직시하고 농업 현장의 특이성을 인지해야 그에 적합한 인력 수급정책의 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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