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허가축사 적법화를 윈윈하는 사업으로 만드려면

  • 입력 2019.11.17 18:00
  • 기자명 장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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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희수 기자]

축산 담당 기자로 처음 배정받으면서 ‘미허가축사 적법화’ 이슈에 대해 알게 됐다.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정부는 축산농가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축산업을 영위하도록 돕고, 동시에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자 미허가축사 적법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미허가축사 적법화를 취재하며 만난 축산농민들은 대부분 표정이 밝지 않았다. 질문을 할 때마다 축산농민들은 한숨 쉬는 것은 기본이요, 이행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원만히 해결될 거란 희망보다 회의적이고 불만스런 반응이 많았다. 분명 장기적으로 보면 환경과 축산업에 도움이 되는 사업인데 현재로선 축산 농가들에겐 쉽지 않은 사업이라고 여겨졌다.

최근 찾은 한 축산농민은 축사의 가설건축물이 구거를 침범해 난감한 처지였다. 구거는 10년 넘게 사용하지 않았고 그 이후로도 쓰일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해당 구거가 본인의 땅이 아님에도 건축을 했다는 점은 농가의 잘못이다. 하지만 그동안 아무 문제와 민원이 없었고 가까운 미래에 쓰지 않을 거면서 당장 옮기라는 건 ‘굳이?’라는 의문을 갖게 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축산농민이 침범한 부지를 매입하겠단 의사를 밝히고, 나중에 지자체에서 요구하면 철거하겠다는 공증을 써도 승인해주지 않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 조금만 지자체에서 융통성을 보이면 적법화 완료율이 올라가지 않을까.

축산업계에서도 지자체마다 상이한 조례를 통일하는 등 입지 제한 농가에 대한 구제책을 마련하란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지자체 조례에 위임한 가축사육 제한규정을 대통령령으로 상향하란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법안은 통과되지 못하고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다.

시간이 흐르며 미허가축사 적법화 추가 이행기간이 줄어드는데 대책은 없으니 이를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도 이 상황이 답답하다. 정부에서도 축산농가에게 적법화를 하라고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적법화를 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 축산농민들에게 축산업 사육 기반을 위축시키는 사업이 아닌 환경과 축산업을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사업이라는 근본 취지에 공감과 정당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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