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선거 출마 예정자 인터뷰①] 유남영 정읍농협 조합장

“김병원 회장 뜻 이어 농협 변화 계속”
농협 경제지주, 회원농협 중심 재개편 … 농촌·도시농협, 상생 협력 제도화

  • 입력 2019.11.17 18:00
  • 수정 2019.11.17 18:06
  • 기자명 박경철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내년 1월 31일 치러질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농협이 농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다 그만큼 회장이 행사하는 영향력도 막강해서다. 농협 회장이 이른바 농민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향후 농협이 나아갈 방향을 전망하고자 농협중앙회장 출마 예정자 연속 인터뷰를 진행한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임기 동안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하나는 흐트러진 농협의 정체성을 바로잡은 것이고, 또 하나는 경영적인 측면에서 농협을 정상화시킨 일이다. 또한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 추진 등 많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4년으로는 짧다. 김 회장의 뜻을 승계해 농협의 변화를 이어가야 한다.”

유남영 정읍농협 조합장이 농협중앙회장 선거 출마 배경을 설명하며 꺼낸 말이다. 김병원 현 회장이 농협 변화의 마중물이었다면 이를 이어받아 큰 물줄기로 만들겠다는 게 유 조합장의 출마 배경 중 하나다.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회장으로서의 자질과 역량이다. 유 조합장은 농협과 인연을 맺고 25년 동안 정읍농협 조합장부터 농협중앙회와 농협 금융지주 이사를 거치며 협동조합 이념을 기본으로 탄탄한 경영능력을 갖췄다며 자신을 준비된 후보라고 소개했다.

지난 11일 김 회장과 농협 변화에 대한 뜻을 함께하는 동지이자 벗으로 알려진 유 조합장으로부터 회장 출마 포부를 확인했다.

- 농협과 인연을 맺은 건?

1995년이다. 당시 정읍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에서 55억원에 달하는 쌀 판매 사고가 발생하며 조합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구속됐다. 조합원들이 예금을 빼면서 정읍농협은 파산 일보직전까지 가며 말 그대로 공황상태에 빠졌다. 제2대 정읍시의원을 지내다 이를 수습하고자 조합장에 나섰다. 당시만 해도 겸직이 가능했다. 이후 6선을 했다. 농민조합원들이 월급도 안 받아가며 특별관리조합이던 정읍농협을 정상화시키고, 상위 10%의 농협으로 성장시킨 능력을 인정한 것이다.

- 농협 회장 출마 배경은?

2004년에 농협중앙회 이사를 맡았다. 이사들 중에 막내였다. 당시 또 다른 막내가 김병원 회장이었다. 동갑인데다 막내다보니 둘이 소장파라 불렸다. 농협중앙회가 회원농협 위에 군림하는 현실에서 당시 농협중앙회는 농업 중심의 정체성을 잃고 다소 정치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실제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알짜배기 자회사인 휴캠스를 매각하고, 남해화학 매각을 시도해 논란이 있었다. 농협이 비료를 생산하는 공장을 팔면 어떻게 되겠나. 이런 시도를 막기 위해 김 회장과 함께 투쟁했다. 또한 회원농협의 의견이 농협중앙회 사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 연장선에서 김 회장의 당선을 위해 노력했다. 농협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이후 김 회장이 당선되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4년 만에 농협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긴 어렵다. 계속해서 농협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 농협 금융지주 이사로 활동 중이다

2015년 김 회장 취임 전 농협의 경영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수익이 있어야 경제사업도 원활히 돌아갈 수 있다. 김 회장이 농협의 수익센터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금융지주 사업을 챙기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농협 금융지주 이사로 천거해 4년째 농협금융 전반을 총괄하며 활동했다. 다행히 과감한 부실대출 정리 등 지난 3년간의 성과로 지난해 말에는 목표 손익을 초과한 1조2,000억원의 수익을 냈다. 또한 중앙단위 경영의 중요성도 몸에 익혔다.

- 조합장 활동도 궁금하다

정읍농협을 정상화시킨 이후 유통에 방점을 찍었다.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도매시장이 아닌 우리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직거래하는 것이다. 농민들이 도매시장에 가면 경매상에 당하고 물량도 적어 경매가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농민들이 우리 농협 하나로마트에 납품하면 도매시장보다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유통단계를 몇 단계나 줄인 것이다. 농민들도 좋아했지만, 정읍시민들도 반겼다. 수입산에 대한 걱정없이 안전한 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어서다. 현재 확산되고 있는 로컬푸드의 원조라고 볼 수 있다.

- 주요 공약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농협의 정체성은 경제사업에 있다.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으로 금융지주와 경제지주가 들어섰지만, 회장이 농협의 경제사업을 통제하기 어렵게 된 건 문제다. 우선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농협 경제지주를 회원농협 중심의 경제사업으로 재개편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울 것이다. 또한 사업구조 개편으로 중복업무가 늘고 비대해진 농협 조직을 획기적으로 효율화하는 체질개선을 추진할 것이다.

도시농협의 역할도 재정립하겠다. 농촌농협과 도시농협의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상생할 수 있는 협력이 제도화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만들겠다. 더불어 범농협의 수익센터로 농협 금융지주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지역밀착형 금융으로 농협 상호금융의 역할도 강화하겠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김 회장이 농협의 존재가치는 죽어도 농민이라는 구호를 만들었다. 이 구호를 구호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체화할 수 있도록 실천이 필요하다. 김 회장이 농협 변화를 위한 1기 내각이었다면 이를 이어받는 건 2기 내각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는 자신의 색깔이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김 회장이 4년 동안 추진한 사업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좋은 결실이 나올 수 있다. 농협의 변화가 여기서 멈춘다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과 더불어 국민의 농협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