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농업인의날’이었던 지난 11일 전국 농촌 곳곳에서는 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결정에 항의하는 농민들의 농기계 반납 시위가 다발적으로 열렸다. 3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아스팔트 위를 내달렸던 수많은 트랙터와 농업용 트럭이 다시 한 번 농로를 벗어나 정부의 농업정책에 강한 항의를 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행덕, 전농)은 농업인의날을 앞두고 전국의 농민회 조직 및 연대 농민단체들에게 WTO 개발도상국 지위포기‧가격보장 대책 없는 변동직불금 폐지 등에 반발하는 동시다발적 농기계반납시위를 제안했고, 전국적으로 15개 광역 및 시군 농민회들이 대응에 동참했다.
전북에서는 지난 8일 익산시농민회가 익산시청에 나락을 적재한데 이어, 농업인의날 당일에는 3년 전 정권퇴진을 위해 상경투쟁에 나섰던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들이 다시 한 번 정읍시청을 찾았다.
정읍시농민회‧정읍시여성농민회‧정읍시쌀생산자협회는 이날 정읍시청 앞에서 ‘WTO농업개도국지위포기‧직불제개악저지 전국동시다발 농기계반납 정읍농민대회’를 열었다. 100여명의 농민이 몰고 온 44대의 트랙터는 시청 측이 전면 주차장을 비웠음에도 전부 들어가지 못해 시청 앞 큰길에 세워졌다. 마찬가지로 탄핵 정국 당시 수많은 트랙터들이 참가했던 고창군에서도 12일 농기계반납시위가 연이어 벌어졌고, 부안군농민회는 청사 앞에 나락을 쌓았다.
노환영 정읍시농민회장은 “현재 문재인정부에 이름이 없는데, ‘조삼모사’ 정부라 이름 붙여주려 한다”라며 “개도국 지위 포기, 직불제 개편 등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농민들을 조삼모사 속 원숭이 취급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대회 취지를 설명했다. 정읍에서는 농민들이 준비한 근조 상여가 불타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전남에서도 농업인의날 당일 순천과 강진, 영암에서 트랙터들이 시군 청사 앞을 가득 메웠고, 내주 화순과 장흥에서도 잇따라 시위가 진행될 예정이다(관련 기사 보기). 한편 전농 제주도연맹은 마대포 자루를 뒤집어 쓴 채 제주 농업인의날 행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항의의 뜻을 내보였고, 전농 부산경남연맹과 강원도연맹도 각각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쟁을 선포했다. 전국의 농민회는 전국농민대회가 열리는 오는 30일까지 산발적으로 시위를 이어가며 대회의 판을 키운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