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차려진 밥상 … 안 떠먹는 농식품부

도매시장 거래제 다변화 논의 10년째
언론포화에 농민들 요구도 빗발
농식품부, 나홀로 ‘반댈세’

  • 입력 2019.11.10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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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열린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시장도매인제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한승호 기자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열린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시장도매인제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한승호 기자

모든 것이 갖춰졌지만 결정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가 길을 막고 있다. 도매시장 개혁에 대해 농민을 비롯한 여론의 요구가 날로 거세지고 개혁의 가이드라인까지 갖춰져 있지만 농식품부는 오히려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도매시장 개혁의 핵심은 거래제도 다변화, 즉 경쟁요소를 부여해 현행 경매제의 독과점 문제를 타파하는 데 있다. 가락시장 개설자인 서울시(시장 박원순)가 이를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농식품부의 비협조로 동력이 붙지 않고 있다.

시장도매인제는 치열한 논쟁 속에 도매시장 개혁의 상징 격이 돼버렸다.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자는 논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도입의 필요성이 무르익었지만 이해당사자인 도매법인-중도매인 간의 소모적인 싸움으로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승인권을 가진 농식품부는 ‘이해당사자 간 합의를 도출하라’는 이행 불가능한 주문을 내린 채 뒤로 숨어버렸다. 세월이 흘러, 최근 도매법인·중도매인보다 더 중요한 출하자들의 요구가 대두돼 ‘행정적 결단’의 명분이 갖춰졌음에도 태도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여론을 반영한 농안법 개정안을 발의, 도매시장 개혁을 강제하려는 상황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오래 전부터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도매시장 개혁 반대파’로 명성이 높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박완주 등 몇몇 의원이 시장도매인제에 관한 질의를 하자 김 장관은 “도매시장 내에서 두 개의 거래제가 동시에 시행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 “시장도매인제는 절대 답이 아니다”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입으로는 개혁을 말하면서 뒤로 숨어드는 경향을 보였던 농식품부가 김 장관 체제하에 당당하게 개혁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김윤두 건국대 교수는 지난 2017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의뢰를 받아 유통현장의 요구와 해외사례를 집대성한 농안법 개정방안 연구보고서를 완성했다. 유통주체별 역할의 벽을 허물어 경매제에 폭넓은 경쟁요소를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농식품부가 거래제도 문제에 대한 어떤 관심도 갖지 않는 상황에서 도매시장 개혁을 위한 유일한 가이드라인이라 할 수 있지만, “aT가 독자적으로 진행한 연구일 뿐”이라는 농식품부의 심드렁한 평가 속에 3년째 잠자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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