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FTA 알셉, 농업은 또 버려지나

  • 입력 2019.11.10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알셉 정상회담에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이 타결됐다는 소식이다. 알셉은 한국과 중국, 일본, 호주, 아세안 16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메가 FTA로 불린다. 알셉 타결 소식은 정부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으로 들끓고 있는 농심에 기름을 부은 겪이다.

정부는 알셉 타결로 세계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거대한 경제블록을 형성해 안정적인 투자기반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알셉은 2013년 5월에 협상이 개시된 이후 약 7년 동안 28차례 공식협상이 있었다. 그러나 그 긴 시간동안 이해당사자인 농업계에 의견을 구하는 자리나 협의 자리가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알셉은 비밀리에 진행된 협상으로 사전에 유출된 자료도 많지 않았고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제대로 된 정보도 제공되지 않아 알셉이 우리 농업에 미치는 영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알셉 타결로 우리나라는 전기, 전자, 자동차 등 제조업에 대한 수출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에 들떠 있다. 그러나 기대감만 부각시키고 알셉을 반대해 왔던 주요 국가들, 시민사회단체에서 제기했던 우려점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리 국민에게 어떤 민감한 영향이 미칠지에 대해서도 전혀 토론된 바 없다. 일방적으로 우리에게 혜택만 있는 FTA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알셉으로 제조업 분야에 혜택을 얻게 된다면 다른 분야에서는 피해를 감수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더욱이 그 피해의 당사자는 언제나 농업, 농민이 된다는 게 너무나 개탄스럽다.

알셉 협정은 20개 챕터가 타결됐는데 상품, 무역구제, 서비스(금융, 통신, 전문서비스 부속서), 인력이동, 전자상거래, 투자, 원산지, 통관, 위생 및 검역조치(SPS), 기술규제 및 적합성평가(STRACAP), 지식재산권, 경쟁, 정부조달, 중소기업, 경제기술협력, 총칙 5개 챕터(예외, 분쟁해결 등) 등이다. 농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챕터는 원산지, 위생 및 검역조치(SPS) 등이 될 것인데, 우리 농업에 민감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

지난 2015년 쌀시장이 전면 개방되면서 한국은 100% 농산물 수입자유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53개국과의 FTA,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여기에 알셉까지 수없이 많은 외부조건이 한국농업을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다. 예상되고 있는 바와 같이 미국, 중국, 베트남, 태국 등은 한국의 쌀 시장 개방에 관심이 높다. 또한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원예산업 개방수준이 확대되면 현재에도 가격폭락에 시름하고 있는 마늘, 양파, 배추 등의 원예농산물 생산기반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농민을 대상으로 바라보는 정부 태도가 먼저 변해야 한다. 농민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를 정부 혼자서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하는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사후에 어쩔 수 없이 만드는 뒷북대책이 아닌 사전에 함께 논의하는 거버넌스를 마련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정부와 농민이 함께 논의 테이블에 앉기 전에 어떠한 것도 결정돼서는 안 된다.

키워드
#사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