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농자재 분쟁조정기구 안 만드나 못 만드나?

현재로썬 농민 개개인이 보상 강구하는 방법뿐
피해 다분한데 조정기구 설치 연구는 ‘하세월’?

  • 입력 2019.11.10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달 본지가 보도한 ‘두성사’의 사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양새다. 기사를 접한 피해 농민들의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어서다. 대부분 보상 방안에 대해 묻거나 다른 피해자가 진행 중인 소송 경과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남 김해 소재의 선별기 업체 두성사 대표 정모씨는 특별 할인과 정부 보조사업 등을 앞세워 농민과 계약한 뒤 선금만 받아 챙겨 잠적하는 방식의 사기를 벌였다. 지난달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기 사건의 경우 전 대표 정모씨가 사장임을 사칭해 단독으로 벌인 일이며 현재 대표는 손모씨로 바뀐 상태다.

한편 경북 김천의 농민 A씨는 지난 7월경 계약을 체결하고 680만원을 입금했으나 기계를 받지 못해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해당 사건의 경우 사기 혐의가 인정돼 구속 기소 의견으로 창원지방검찰청에 송치됐고, 업체 전 대표 정모씨는 지난달 구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기소가 진행되진 않았지만 A씨는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민사소송 및 가압류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보상은 요원한 상황이다.

A씨는 “일단 가압류를 걸어놓긴 했는데 정모씨 명의로 재산이 없는 것 같다. 지금으로썬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이 거의 없는 상태다”라며 “시간과 돈을 들여 대책을 찾아보고 있지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건지 받는다면 언제쯤일지 그 어떤 것도 기약할 수 없다. 다른 피해 농민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선 농기계 건의 경우 사기 피해기 때문에 구제를 위한 개인의 법적 절차 진행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농업·농촌 현장에서 농자재로 인한 농민 피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를 중재할 별도의 책임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그간 수차례 지적된 문제 중 하나다.

관련해 지난 1월 1일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가 전면 시행되며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는 ‘농자재(농약) 분쟁 해결을 위한 분쟁조정기구 설치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공고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연구 용역은 지난 4월 시작돼 8월에 끝나야 하지만 몇 가지 보완을 거쳐 기간을 연장한 탓에 내달까지 진행될 전망이다.

농식품부 농기자재정책팀 관계자는 “해당 연구용역의 경우 PLS 도입으로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분쟁 조정을 위한 것이고, 각 부처마다 분쟁조정기구를 조성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판매자와 구입자간 발생한 문제는 기본적으로 소비자고발원 등을 통해 피해를 보상받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입장을 전했다.

지난해 살균제 살포 후 발생한 밀양 사과 동녹 현상과 ‘미하야·아수미’ 등 제주 감귤 품종 논란, 지난 4월 말 도복된 정읍 중만생 양파 종자 문제 등은 전부 농자재와 관련된 분쟁이다. 하지만 피해 구제에 앞장서야 할 관련 기관이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개입 의지가 미비한 탓에 힘없는 농민은 오늘도 외로운 싸움을 오롯이 견뎌내고 있다. 이에 A씨를 비롯한 피해 농민 등은 농자재 분쟁조정기구 설치를 강력히 촉구하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