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추가협상을 발표하고 관보게시를 선언한 즈음에 쇠고기 정국이 꼬이는 것을 보고 조삼모사라는 옛글이 떠오르는 것은 비단 나뿐이 아닐 것이다.
‘열자(列子)’ 〈황제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어리석은 무리를 다루는 속임수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춘추전국시대에 송나라의 저공(狙公)이란 사람이 원숭이를 많이 기르고 있었는데 먹이가 부족하게 되자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로 제한하겠다고 말하자 원숭이들은 화를 내며 반대했다. 이에 저공은 아침에 4개를 주고 저녁에 3개를 주겠다 고 하자 그들은 좋아하였다고 한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기만하며 조삼모사의 행위를 거침없이 저지르고 있다. 이런 행위들은 이미 대통령 선거 때 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국제정세를 잘 알지 못하고 후안무치하기 때문에 747이란 공약이 만들어진 것 아니겠는가.
민간 자율규제를 국가 간 합의라고 우겨대며 검역주권을 회복한 듯이 말하는 김종훈과 정운천의 낫 두꺼움은 돈을 최고의 가치로 하는 미국 정육수출업체 관계자를 보는 듯 역겨웁기 까지 하다. 한미간 전략적 동맹관계를 굳건히 만들어 가기 위해서 국민들에게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많이 먹어줘야 한다 고 조중동과 검·경을 앞세워 몰아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일부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세력운운하며 강경 대응을 하겠다는 이 정부는 정작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모르는, 자기 정체성을 혼돈하는 집단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아이를 유모차에 실은 젊은 엄마의 부르짖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명박 정권은 아직도 모르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