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농산물 들이닥칠라 농민들 ‘좌불안석’

‘배추·무 폭등’ 언론보도 봇물
김치 수입은 나날이 증가세에
중국산 배추·무 입항도 포착

  • 입력 2019.11.03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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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평택항에 들어와 있는 중국산 무와 배추. 품위는 중상품 정도로 추정된다. 농가 제공
평택항에 들어와 있는 중국산 무와 배추. 품위는 중상품 정도로 추정된다. 농가 제공

1년 내내 바닥에 붙었던 배추·무 가격이 반짝 상승하자 수입 증가에 대한 우려가 덩달아 커지고 있다. 오랜 기간 폭락에 시달렸던 농민들이 또 다른 근심에 휩싸였다.

올해 연초부터 배추는 10kg당 2,000원대, 무는 20kg당 7,000~8,000원대의 낮은 도매가격이 계속 돼 왔다. 그러나 최근 작기전환과 재배면적 축소, 태풍피해 등이 겹치면서 배추 가격이 1만원대 초반, 무 가격은 2만원 전후까지 올라와 있다.

가격은 올라왔지만 작황이 무너질 대로 무너진 터라 농민들의 소득 전망은 밝지 않다. 오히려 이번 가격상승이 수입 증가라는 터무니없는 결과를 불러오진 않을까 농민·유통인 모두가 잔뜩 경계하고 있다.

폭락 상태에서 가격이 급격히 올라오자 언론에도 ‘배추·무값 폭등’, ‘올해 김치는 金치’, ‘90% 폭등’ 등 자극적인 기사들이 도배되고 있다. 농식품부도 소비자 관점의 보도자료를 양산하는 등 수입을 위한 최적의 여건이 조성되는 분위기다.

김장채소 농가들에게 김치 수입 증가는 고질적인 골칫거리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김치 수입량은 21만9,641톤으로 역사상 가장 수입이 많았던 지난해보다 다시 8,773톤이 늘어나 있다. 5월과 9월을 제외하곤 월간 수입물량이 매달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여름까지 국산 배추·무에 터무니없는 폭락이 계속됐음을 생각하면 농민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상황이다. 폭락 상황에도 수입이 꾸준히 늘었다면 ‘폭등’ 이슈를 계기로 수입도 더욱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만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엔 유통인들이 평택항에서 찍었다는 중국산 신선무·신선배추 사진이 농민들에게 전해지며 한층 근심을 키웠다. 아직 세관을 전부 통과하지 않았고 관세청 집계도 나오기 전이라 정확한 물량은 파악되지 않는다. 그간의 신선무·배추 수입 양상에 비춰봤을 때 대량일 가능성은 없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농민들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 특히 배추의 경우 신선배추 수입으로는 큰 수익을 보기 힘든지라 원산지 둔갑용으로 들여온 게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김희상 전국배추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지금 배추 가격이 오른 것도 날씨가 안좋은 탓이라 농민들이 소득도 못 보고 이중으로 피해를 입게 생겼다”며 “당장 내년 봄에 심을 작목이 없어 배추로 재배가 몰릴 우려가 있는데 거기다 수입까지 늘어나면 다시 폭락이 온다. 그 폭락이 보통 봄배추부터 김장철까지 1년을 간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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