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농산물은 판 치고, 경매는 못 미덥고

농민·수집상 연합 기자회견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 중단,
공영도매시장 제도개선 요구

  • 입력 2019.11.03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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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와 가락시장 농산물 품목별 생산자협의회가 지난달 29일 가락시장 업무동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과 공공성을 잃은 도매시장을 규탄하고 있다.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와 가락시장 농산물 품목별 생산자협의회가 지난달 29일 가락시장 업무동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과 공공성을 잃은 도매시장을 규탄하고 있다.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회장 백현길, 한유련)와 가락시장 농산물 품목별 생산자협의회(회장 곽길성, 품목별협의회)가 지난달 29일 가락시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공영도매시장을 규탄하는 자리였다.

한유련은 산지유통인들이 만든 이익단체, 품목별협의회는 농산물 품목별 생산자단체들이 모인 협의체로 모두 가락시장의 대표적인 출하자단체다. 수급상황이나 도매시장 동향에 대해 최근 산지의 목소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의 가장 큰 목적은 수입 저지였다. 가을장마와 태풍에 노지채소가 큰 피해를 입어 농산물 수입 증가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최병선 한유련 비대위원장은 “중국산 양배추와 무가 통관절차를 밟고 있다. 양배추가 500~600원 물류비조차 안나온 게 엊그제인데 조금 안정됐다고 수입을 마구 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채소농민들이 하나도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두 단체는 정부에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 중단과 수입 농산물 검역강화(전수조사), 원산지표시 및 점검 강화를 요구했다. 한유련은 여기에 더해 최근 전국 공영도매시장 도매법인에 공문을 보내 “수입산(배추·무 등)을 하나라도 취급하는 법인엔 출하하지 않을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도매법인 측은 농안법에 수탁거부 금지 조항이 있어 난감하지만 최대한 받지 않으려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농민들은 농산물 수입 외에 도매시장 제도개선 문제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기자회견 이후 진행한 가락시장 농산물 품목별 생산자협의회 정기회의에서 농민들이 도매시장 개혁방안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농민들은 농산물 수입 외에 도매시장 제도개선 문제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기자회견 이후 진행한 가락시장 농산물 품목별 생산자협의회 정기회의에서 농민들이 도매시장 개혁방안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수입 문제와 더불어 도매시장 자체의 구조적 문제도 강하게 지적됐다. 곽길성 품목별협의회장은 “가락시장엔 농민과 산지유통인들이 전국의 농산물을 가져오는데도 들러리만 서고 거대 투기자본이 판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라며 “공정한 거래를 실시해서 농민들도 최저생산비를 보장받고 유통인들도 출하비와 생계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민들에 따르면 같은 사람이 출하한 같은 품목이라도 도매법인마다 경락가가 다르고 출하자의 인지도에 따라서도 가격이 차이난다. 경쟁이 제한되고 담합까지 의심되는데 도매시장에 출하하려면 경매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두 단체는 법인별이 아닌 품목별 통합경매 실시, 경매사 공영제 실시, 정가·수의매매 및 상장예외품목 확대, 시장도매인제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가락시장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시장도매인제는 농민과 유통인들 사이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한유련은 최근 경매제의 경쟁요소로서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적극 주장하고 있으며, 품목별협의회 내에서도 도입의 필요성과 개선과제에 대해 열띤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품목별협의회는 기자회견 직후 농협가락공판장을 방문해 공판장장과 면담을 가지기도 했다. 농민의 이익을 담보하지 않는 도매법인들의 오만한 행태에 농협공판장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곽 회장은 특히 농협공판장의 저조한 실적을 지적하며 “선도적 역할을 하진 못할지언정 다른 법인들과 어깨는 나란히 하라”고 쓴소리를 뱉었다.

가락시장 농산물 품목별 생산자협의회 소속 일부 품목단체 대표들이 농협공판장 장장을 만나 여타 도매법인들에 대한 선도적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가락시장 농산물 품목별 생산자협의회 소속 일부 품목단체 대표들이 농협공판장 장장을 만나 여타 도매법인들에 대한 선도적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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