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정시 확대와 위기의 농촌교육

  • 입력 2019.11.03 18:00
  • 기자명 박형대(전남 장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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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대(전남 장흥)
박형대(전남 장흥)

‘농업으로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 지난 농정신문에 실린 글인데 지당하신 말씀이다.

하나 더 있다. 농촌의 아이들이 교육에서 불평등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가격보장과 교육이라 말할 수 있다.

가격보장은 현재이고 교육은 미래이기 때문이다. 굶어 죽을지언정 종자를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자식의 미래를 더욱 소중히 여기고 어쩌면 자신의 모든 것을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에 바치는 것이 농민이다.

교육은 단순히 개별농민을 넘어 농촌사회의 생명이다. 텅 빈 학교는 농촌의 미래를 그대로 말하고 있다. 농촌지역 폐교는 지역공동체를 무너뜨리고 미래사회를 폐절하고 있음을 농민들은 절절히 느끼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조사결과도 농촌교육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에 의하면 농촌주민들이 도시로 떠나는 가장 큰 원인은 교육문제이고, 또한 국민들이 농촌에 가지는 부정적 요인 중 높게 꼽는 부분은 열악한 교육환경이다. 조사 분석에 의하더라도 농촌교육을 살리지 않고서는 농업·농촌을 살릴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입 정시 확대 방침을 언급하고 정부는 발 빠르게 확대 비율 상향을 논의하고 있다. 그것도 1년 만에 백년지대계 교육정책(대입제도) 개편에 나섰다.

이렇게 급한 이유는 이번 조국사태의 원인이 대입제도의 불공정성에 있다고 보기 때문인 듯하다. 즉 정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불공정성을 개혁하고 나아가 아예 정시 비중을 높이는 것이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물론 조국사태를 보듯 학종의 불법과 편법, 그리고 불평등은 시정돼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정시를 확대하는 건 대단히 황당하고 퇴행적이다. 사사건건 개혁을 방해한 자유한국당이 정시 확대 방침에 앞장서는 것만 보더라도 직감이 오지 않는가!

정시 확대는 시험성적으로 줄세우는 정책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앞줄에 서기 위해 필사적인 경쟁에 뛰어든다. 당연히 정시 확대는 고소득층과 강남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2018년 서울대가 작성한 ‘서울대학교 정시모집 확대(안) 검토 결과’를 보더라도 정시를 40%로 늘릴 경우 강남 3구 학생이 1.5배, 50%로 늘릴 경우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2015년에 발표된 논문 ‘부모의 교육과 소득수준이 세대 간 이동성과 기회불균등에 미치는 영향’에 의하면 상위소득층 자녀가 하위소득층보다 수능 1~2등급 비율이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정시 확대는 도시에 비해 소득과 교육환경에서 뒤처진 농촌지역의 공교육을 약화시킬 것이며, 농업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한다.

교육개혁의 요체는 대학서열화를 통해 학생들을 살인적 경쟁교육으로 내몰고, 학벌사회로 부와 권력을 세습하고 있는 것을 뜯어 고치는데 있다. 나아가 국공립대학교부터 대학평준화를 실시하여 학생들이 자신들의 처지와 특성에 맞게 창의성을 키우고, 누구나 공정한 기회를 갖고 당당한 삶을 살아가게 해야 한다.

그래야 농촌교육도 살고 우리 교육도 희망이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정부는 근본개혁에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변죽만 울려대고 이제는 후진기어를 넣고 있으니 전국의 농민이 기가 막힐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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