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태양광, 공짜 광고에 속고 고리 대출에 울고

업체 허위광고로 농민 피해 뒤늦게 논란
왕궁농협서 5.19% 금리로 1,185억원 대출

  • 입력 2019.11.03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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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태양광 무상설치 홍보 현수막이 나온 국회 국정감사 영상.
태양광 무상설치 홍보 현수막이 나온 국회 국정감사 영상.

농촌의 고령 농민들이 ‘공짜’, ‘무상’ 태양광발전설비 설치라는 업체의 허위광고에 속아 지역농협에서 높은 이자로 대출을 받으며 피해를 보는 사례가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일부 지역농협이 태양광업체의 불법적 행태를 눈 감은 채 전국에서 과도한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됐다. 지난달 8일 치러진 농협 국정감사를 통해서다.

당시 김성찬 자유한국당 의원에 의하면 태양광업체들은 전단지나 현수막에 한국전력이나 농협 등을 표기하고선 태양광발전설비를 무상으로 해준다고 강조해 농촌의 고령 농민들을 현혹시켰다. 또한 계약 과정에선 실제 대출을 실행하는 농협이 아닌 태양광업체가 대출약정서를 받는 불법적 행태도 벌어졌다.

더군다나 이들 태양광업체 중 다수가 계약과 설비 설치 후 자취를 감췄다. 고장이 날 경우 이를 하소연할 곳이 없어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지역농협이 여러 불법적 문제가 있음에도 대출을 전국에서 벌였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조합장을 향한 뒷돈 의혹까지 일고 있다.

실제로 전북 익산 왕궁농협의 경우 태양광업체 251곳과 계약을 맺었으나 현재 운영되는 곳은 50여곳 정도다. 왕궁농협은 이들 업체를 통해 금리(평균) 5.19%로 2만1,145건의 대출을 실행했고, 대출금은 1,185억원에 달한다. 왕궁농협 총 대출의 79.1%를 차지하는 양이다.

농가들은 3kw 가정용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하며 평균 600~700만원의 대출을 받았고 3~10년간 원리금을 분할 상환하는데 400만원 대출을 기준으로 매달 4만2,000원 가량의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다.

물론 농협에선 “태양광설비 설치로 줄어드는 전기세가 원리금을 갚아도 월 1만5,000~2만원의 이익으로 남는다”며 “10년 동안 원리금을 다 갚을 경우 순수익이 5만원 정도가 된다”고 해명했다.

이날 의원들은 “지역농협의 목적이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잘 팔아주는 데 있는데 관내를 벗어나 전국을 무대로 영리를 위한 대출 사업을 하는 건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참고인으로 국회에 출석한 배정욱 왕궁농협 조합장을 상대로 질타에 나섰다. 특히 김 의원은 “정부를 사칭한 태양광업체의 사기행각에 농협이 놀아났고, 농민들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결국 전체 농협의 신뢰도 저하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과 소성모 농협 상호금융 대표이사는 이에 “지역농협에서 한 과목으로 전국적으로 대출을 실행한 건 지탄을 받아 마땅하고, 부실의 위험도 있다”며 개선의 뜻을 밝혔다.

한편, 지난달 21일 치러진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문제가 다뤄지며 왕궁농협 외에도 동고성농협에서 5.25%의 금리(평균)로 6,236건, 535억원의 대출이 실행됐으며 동부(고성)농협에서도 5.18% 금리로 1만1,509건, 708억원의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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