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 농업을 말하다

“농민은 국가의 근간이자 역사의 주체”

  • 입력 2019.11.03 18:00
  • 수정 2019.11.03 19:59
  • 기자명 심증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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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 사진 한승호 기자]

도올 김용옥 선생은 “농촌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본이다. 농민들은 식량을 공급하고 있으며 국토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농민들 힘이 없고 표가 없으니까 무시하고 짓밟아 버리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면서 “농촌은 우리 민족 역사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이라며 농업·농촌·농민이 우리 역사의 근본이라고 규정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농촌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본이다. 농민들은 식량을 공급하고 있으며 국토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농민들 힘이 없고 표가 없으니까 무시하고 짓밟아 버리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면서 “농촌은 우리 민족 역사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이라며 농업·농촌·농민이 우리 역사의 근본이라고 규정했다.

2016년 11월 촛불집회를 앞두고 우리시대의 철학자이자 사상가로 시대의 나침반 역할을 해 온 도올 김용옥 선생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3대 과제를 제시했다. 첫 번째가 ‘남북 화해’, 두 번째가 ‘경제민주화’, 세 번째가 ‘풍요로운 농촌 건설’이었다. 평생을 공부에 매달려온 대학자가 ‘풍요로운 농촌 건설’을 시대의 과제로 제시한 것이 이채롭다. 이미 농업·농촌·농민은 사회적 관심사에서 사라져버린지 오래다. 농촌은 낙후되고 피폐되는 것이 당연시되는 상황에 도올은 강력한 제동을 건 것이다. 농업을 지키고 농촌을 보호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올바른 길로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촛불항쟁 이후 2년 반이 지났다. 그럼에도 적폐청산은 여전히 주춤한 상태며 도올이 주창했던 세 가지 과제의 해결도 요원하다. 지난달 25일, 서울 대학로의 통나무출판사 연구실에서 도올 선생을 만났다. 농민들에 대한 도올의 애정 어린 목소리와 함께, ‘풍요로운 농촌 건설’을 비롯한 개혁과제들이 여전히 남은 상황에서 세상에 대한 도올의 쓴소리도 필요하다고 여겼다.

사실 도올이 농업에 대해 이야기를 한 건 이것만이 아니다. 일찍이 도올은 “농민은 국토환경 지킴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공무원처럼 월급을 줘야 한다”는 파격적인 이야기도 했다. 지금 농촌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농민수당’과 궤를 같이 하는 말이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보상으로 농민들에게 농민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농민들의 주장과 도올의 이야기는 표현만 다를 뿐 한 치도 다르지 않다.

도올은 “농촌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본이다. 농민들은 식량을 공급하고 있으며 국토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농민들 힘이 없고 표가 없으니까 무시하고 짓밟아 버리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면서 “농촌은 우리 민족 역사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이라며 농업·농촌·농민이 우리 역사의 근본이라고 규정했다.

도올은 ‘농업인’이라는 농민의 법률적 용어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역사적으로 써 왔고 지금도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농민’이란 단어가 있는데 왜 ‘농업인’이란 말을 만들어 사용하느냐는 것이다. “헌법에 분명히 농민이라고 돼 있다”며 농업인이라는 표현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11월 11일을 농민의 날로 정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삼았다. “아무런 역사적 의미 없이 흙 토(土)자를 파자해서 十一(십일)일로 정했다는데 기념일로서 적절치 않다”며 “농민의 날은 농민의 역사에서 의미 있는 날을 골라 정하는 것이 옳다. 가령 동학농민혁명에서 어떠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날을 정한다던지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글날, 개천절 등 대부분의 국가 기념일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날을 기념일로 정한 것이다.

농민을 호칭하는 이름도, 농민의 노고를 기리는 기념일도 농민의 역사성을 담아야 농민들도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는 세세한 조언을 하며 도올 김용옥 선생은 장시간 동안 농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풀어냈다.

도올 선생이 말한 농업과 농촌, 농민의 가치는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우리 모두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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