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휴지기, 대안은 없나?

3년째 극약처방에 오리업계 피해 커져
시설현대화 요구하지만 투자 부담에 주저

  • 입력 2019.11.03 18:00
  • 수정 2019.11.03 19:52
  • 기자명 홍기원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극도의 침체를 겪고 있는 오리업계에 3년째 겨울철 사육제한(오리 휴지기)이 진행된다. 극약처방이라 할 수 있는 오리 휴지기의 지속은 계열업체와 오리농민 모두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미치지만 뾰족한 해답은 난망한 상황이다.

오리 월평균 산지가격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생체 3.5㎏ 기준 6,000원선을 넘어본 적이 없다. 축산물품질평가원 발표 기준으로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의 산지가격은 전년 동기간보다 20% 이상 하락한 시세에 머물러 있다.

특히 오리 휴지기를 대비해 냉동재고량이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8월 오리고기 냉동재고량은 전년보다 5배 증가한 477만6,000마리였으며 9월엔 516만3,000마리를 기록해 하반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진홍 한국오리협회 전무는 “오리 휴지기가 시행되는 겨울철엔 30% 정도 생산량이 감소한다. 이에 대비해 재고를 냉동으로 많이 보관하고 있다”라며 “판매망도 망가져 오리고기 소비가 정체된 것도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축전염병 예방법을 개정해 지방자치단체가 부화장과 도축장에 오리 휴지기로 입은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근거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리 휴지기에 참여한 오리농민들의 처지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사육마리당 873원의 보상단가가 지급되지만 근 반년 남짓 농장을 놀려야 하기에 불안함이 역력한 표정이다.

전남 나주시의 한 오리농민은 지난해 9월 20일에 오리를 출하한 뒤 휴지기에 참여했다. 그가 다시 오리를 입식한 건 올해 4월 중순이었다. 반년 넘게 사육을 못했던 것이다. 이 오리농민은 “1파스에 마리당 1,400원에서 1,500원 수준은 받았다. 겨울철을 감안하면 마리당 1,200원은 가능하다는 얘기다”라며 “일 안하고 보상 받으니 좋겠다고 할 수 있겠는데 휴지기 참여농민들 사이에선 차라리 수당 1,000원짜리가 되더라도 직접 사육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휴지기를 신청한 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압박도 있지만 고병원성 AI에 대한 불안함 때문이다. 그의 농장이 있는 나주시 반남면은 오리농장이 밀집해 고병원성 AI 발생에 취약한 지역이다.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농장은 보통 6개월에서 8개월 가량 입식을 할 수 없다.

오리협회는 오리 휴지기의 대안으로 축사시설현대화사업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오리협회는 지난달 24일 성명을 내고 “전국 오리농가의 76.3%가 가설건축물 축사인데 정부는 언제까지 임시방편만 고집할 것인가”라고 물으며 “협회의 건의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리 사육시설 개선 사업을 신규로 기획재정부에 건의했지만 아직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오리농가의 사육시설을 개편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적잖은 오리농민들은 소비 증가 등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는 한, 현대화사업에 투자하는데 부담스러운 모습이다. 오리협회의 요구대로 국비 30%, 지방비 30%의 정부 보조가 뒷받침된다면 참여를 고려할 여지가 있지만 현대화를 한다고 고병원성 AI 위험이 해소되겠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휴지기를 지속할 수는 없지만 사육밀집지역에 대한 대안도 있어야 한다. 농장을 이전하려해도 신규 축사를 지을 곳이 없다. 어떻게 해야할지 판단을 못 하겠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