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새롭게 일궈갈 농촌공동체

  • 입력 2019.11.03 18:00
  • 기자명 강정남(전남 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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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남(전남 나주)
강정남(전남 나주)

일전엔 어처구니없이 사고를 냈다. 깜빡이를 키고 차선을 바꾸려다 가벼운 접촉사고를 내버렸다. 앞차에서 내린 운전자는 내리자마자 전화를 한다. “여보! 내가 가고 있는데 옆에서 차가 들어와서 사고가 났는데 어떻게 해?”

참나! 왜 운전하다 사고가 나면 여성 운전자는 보험회사에 전화를 먼저 하지 않고 남편이나 기타 지인 남자들에게 전화를 해서 조언을 구할까. 여성이 의존하기를 좋아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란 것은 알고 있지만 같은 여성인 나로서는 그리 좋은 모습으로 보이진 않는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스스로의 일은 스스로가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물론 어렵고 힘들면 같이 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조차도 혼자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 여성의 의존성은 선천적이지 않다. 후천적인 것이다. 여성이 힘든 일은 남성을 시키면서 성평등 운운한다고 불평하는 남성을 종종 보곤 한다.

그러나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가! 남성 자신들이 그렇게 만들었다. 여성을 대상화하고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자신들의 법과 테두리, 관습에 가두고 살지 않았는가! 그래놓고 이제와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며 한탄하고 있다.

우리는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나이어린 사람을, 혹은 여성을, 혹은 장애인을, 혹은 가난한 사람을 특정 시각으로 가두곤 한다. 약자라고 불리는 사람 자신들도 자신들의 삶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모두가 비장애인으로 살 수가 없듯이, 모두가 여성으로 살 수 없듯이, 혹은 모두가 남성으로 살 수 없듯이, 각자가 처해진 삶에서 자기답게 타인의 시선으로, 혹은 타인이 강제하는 내용으로 살 수 없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 권리가 있는 것이다. 고정된 관념, 고정된 틀, 고정된 사회문화, 관습, 이런 것을 깨뜨리자!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농촌의 공동체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것 같다. 농촌의 봉건적인 문화는 왜 쉽게 변하지 않는지, 왜 농촌은 느리게 변화되는지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뿌리 깊은 가부장 문화는 사실 농촌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노동에 기반한 것이라 볼 수 있고, 또한 노동을 통해 마을을 유지하고 마을을 유지하기 위해 질서를 잡고 질서를 통해 위계가 유지되고 위계를 통해서 제도와 관습들로 여성들을 조절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여성의 이미지는 그런 면에서 본다면 여성들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남성들, 남성권력자들이 희망하는 여성상을 만들어놓고 우리를 맞춰 온 것이 아닌가! 이제는 서서히 깨어지고 있는 농촌의 공동체 문화를 안타깝게만 보지 말고 새롭게 일궈갈 미래공동체로 그림을 그려보자! 위계나 힘이 아닌 것으로 새롭게 만들어 본다면 이보다 더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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