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축협 조합장을 만나다⑧ - 최종] 김학림 전북 익산 낭산농협 조합장

“경제사업 활성화만이 지역농협 살 길”
“농민조합원과 상생하는 농협 만들 것” … “중앙회, 어려운 농촌농협 현실 감안해야”

  • 입력 2019.11.03 18:00
  • 수정 2019.11.03 19:53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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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역농축협의 현 주소를 조명하고 농협중앙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지난 3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당선된 조합장들을 만나 격주로 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오랜 기간 정체와 무사안일에 빠진 농협을 혁신하고 농민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판매하며 청렴한 농협 운영으로 획기적 성장을 이뤄내겠다.”

지난 3월 선거에서 조합원들에게 밝힌 김학림(54) 낭산농협 조합장의 포부다. 20대부터 농사를 시작해 10년간 익산시농민회 낭산면지회 총무를 맡기도 한 그가 깊어만 가는 농민들의 시름을 덜겠다는 각오로 뱉은 일성이다.

그가 처음 조합장에 도전한 건 10년 전이다. 고령화된 지역사회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자 40대 젊은 혈기가 나서보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견고해진 벽을 넘는다는 게 말처럼 쉽진 않았다.

물론 이 경험은 지역주민과 조합원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계기가 됐다. 일례로 지난 2016년 지역에서 7만5,000톤의 불법폐기물이 투기된 사건이 발생했다. 환경은 물론 농산물, 주민 건강에 위험이 발생하자 그는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사무국장을 맡아 현재까지 싸워오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 김 조합장은 올해 3월 재도전에 나섰고 결국 조합장에 당선됐다. 지역주민과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풀기 위해 노력한 점을 조합원들이 높게 평가한 것이다.

조합장이 된 그는 지난 7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자 하나로마트 매대에서 일본 제품을 철수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만난 김 조합장은 “농민조합원들과 상생하며 작지만 강한 농협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당선 이후 행보가 궁금하다.

이제까지 낭산농협의 경제사업은 비료와 농약만 판매하던 수준이었다. 농민의 삶과 직결되는 경제사업 활성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낭산면이 고구마 주산지다. 경제사업을 제대로 안 하다 보니 주변 농협에서 주요 품목으로 삼았고, 나락도 마찬가지다. 낭산농협이 수매만 하고 개인 RPC(미곡종합처리장)에 넘겨왔다.

우선 올해 나락 전량수매를 추진 중이다. 조합원들의 안정적 소득을 위해서다. 또한 쌀값 견인을 위해 현재 시세가 40kg 기준 6만2,000원인데 1,000원씩 더 주며 매입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개인 정미소에서 하소연을 한다. 농민들이 농협 매입가는 맞춰줘야 된다고 한다는 것이다.

고구마 10억원 가량을 계통으로 판매하며 판로개척도 노력 중이다. 실제로 한국마사회 인천 부평지점에 고구마 300박스와 쌀, 보리, 잡곡을 판매했다.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제값을 받는 게 조합장의 역할이다.

또 주유소 사업을 준비 중이다. 유류취급소가 있는데 주유소보다 30~40원 비싸게 들여온다. 4,000만원 정도를 조합원들이 더 부담하는 것이다. 주유소가 사양산업이라는 건 잘 알지만 조합원들이 절약할 수 있다면 조금 부담되더라도 농협에서 투자를 해야 한다.

고령농들이 벼 베서 말리는 게 상당히 어렵다. 농작업 대행과 DSC(저온저장시설) 건설 사업도 추진 중이다. 농협이 직접 수확하고 말려서 판매까지 해드리겠다는 것이다. 내년엔 더 많은 조합원들의 호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지역농협이 나아갈 방향은?

지역농협이 많이 어렵다. 특히 농촌농협은 예수금도 빠져나가고 대출금도 줄어든다. 농촌의 다른 업계에서 금리가 조금만 높아도 그리로 넘어간다.

지역농협이 지금까지 생존한 건 신용사업 때문이다. 근데 지역농협이 농지의 70%를 잡고 담보대출을 해주고 있는데 농협은행은 80%까지 잡아준다. 이것마저 빼앗기는 것이다.

결국 경제사업에선 농협 경제지주가 수수료를 떼거나 경합이 되고, 신용사업에서도 농협은행과 경쟁이 안 되는 상황에서 결국 지역농협은 경제사업 활성화 밖에 답이 없다. 최대한 손익을 줄여 지역농협이 손해를 보더라도 조합원들과의 상생을 위해 경제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 도시·농촌농협 간 격차 해소는?

농협중앙회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도시농협은 신용사업에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본다. 조합원에 선물을 주기도 하고, 해외로 답사를 가기도 한다. 이 수익으로 농촌농협과 자매결연을 맺어서 농산물도 팔아주고, 저리나 무이자자금을 주며 상생하면 지역농협도 살아남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 농협중앙회 개혁에도 한 마디.

일단 농협중앙회장 선출을 전 조합장 직선제로 해야 한다. 익산에 14명의 조합장이 있지만 대의원은 1명이다. 후보들이 이 대의원을 만날지 모르겠지만 1명의 목소리만 들어선 안 된다. 후보가 각 조합장을 만나 어려운 점을 듣고 고민해야 회장이 되면 개선할 수 있다.

농약 관련해서도 장려금을 농협중앙회가 다 받고 그 일부만 지역농협에 준다. 이러니 농민들이 농협 농약이 비싸다고 한다. 농협중앙회가 이것저것 조금씩 지원할 게 아니라 농약값을 확 낮춰야 판매량도 늘어나고 일반 농약사하고도 경쟁할 수 있다. 실제로 낭산농협이 잘 팔리는 농약을 20% 인하했더니 3배 정도 판매량이 늘었다.

로컬푸드직매장을 만들면 지원한다고 하는데 하루 유동인구가 200~300명도 안되는 농촌 현실에선 맞지 않다.

또한 시내에 있는 대형농협 하나로마트와 우리 농협에 들어오는 물건 가격이 다르다. 적게 판다고 높게 받으면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 오히려 더 싸게 공급해야 활성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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