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재해보험, 책임 회피용에 불과”

보험금 산정에 활용되는 평년수확량 계산 방식 논란
재해로 감소한 수확량까지 평년에 포함, 농민들 반발

  • 입력 2019.11.03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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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작물 피해를 보상해주는 농작물재해보험이 보험 가입에서부터 보험금 산정까지 농민에게 불리한 것으로 알려져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전북 남원시 산동면 대기리 들녘에서 한 농민이 쓰러진 벼를 추수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작물 피해를 보상해주는 농작물재해보험이 보험 가입에서부터 보험금 산정까지 농민에게 불리한 것으로 알려져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전북 남원시 산동면 대기리 들녘에서 한 농민이 쓰러진 벼를 추수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정부가 WTO 농업 부문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선언하며 농작물재해보험 품목 확대를 농업계 경영 안정 대책 중 하나로 제시했지만 농민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그간 정부가 보험이라는 제도를 앞세워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 보상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태풍 등 올해 유난히 잦은 재해로 막대한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쌀 재배농민은 유명무실한 농작물재해보험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김영동 전국쌀생산자협회장은 “정부는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농작물재해보험으로 보상받으라 하지만 보험을 도입할 당시 농업 현장의 목소리는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당시 농작물재해보상법 제정을 요구하던 농민단체의 요구를 묵살해버린 것”이라며 “현행 제도의 경우 보험 가입에서 보험금 산정까지 전적으로 농민에게 불리하다. 표준 및 평년수확량 계산부터 엉터리다 보니 피해율과 보험금 산정도 엉망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김 회장은 “예를 들어 보험 가입 농가가 재해로 인한 피해를 보험금으로 보상 받으면 이듬해 보험 가입 시부터는 재해로 급감한 수확량까지 평년수확량으로 계산해 이를 적용하고, 보험료율까지 올려 받는다. 몇 년째 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피해율을 따지러온 손해평가사까지 평년수확량이 너무 낮다고 얘기한다”며 “기준 자체가 낮으니 피해율이 적게 책정되고 보험금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가 보험으로 생색은 다 내고 있지만 농민들이 보험에 가입할수록 보험사만 배불리는 기이한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NH농협손해보험 측 설명에 의하면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및 보험금 산정은 농가의 보험 가입 이력 유무에 따라 평년수확량 또는 표준수확량을 기반으로 한다. 연속 여부와 상관없이 3년 이상 가입한 이력이 있을 경우 연도별 수확량을 평균내 평년수확량으로 적용하고, 가입 경험이 없는 농가는 통계청 자료를 기반으로 한 시·군 단위 표준수확량을 기준으로 삼는다.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농가의 보험금 수취 제고를 목적으로 5개년 이상 보험에 가입한 이력이 있을 경우 농가의 연도별 전체 수확량 중 최저치를 제외하고 평년수확량을 계산하는 방식을 채택·적용 중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보험이 도입 취지에 맞게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재해로 감소한 수확량을 평년수확량 계산에서 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반면 NH농협손해보험 관계자는 “농민이 평균적으로 생산하는 양을 100이라 해도 보험에 가입한 기간 내내 재해로 피해를 입어 수확량이 매년 10 정도에 그쳤다면, 그걸 평년수확량으로 잡는 게 맞지 않겠냐”고 답했다.

이에 한국쌀생산자협회를 비롯한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는 농작물재해보험의 현장 피해 사례를 종합해 농식품부 및 NH농협손해보험 등에 정식으로 항의할 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농작물재해보험 품목 확대가 아닌 보장 내실화에 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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