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알짜배기 강연이 좋았다

  • 입력 2019.10.27 23:49
  • 기자명 구점숙(경남 남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점숙(경남 남해)
구점숙(경남 남해)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먼 곳 중 한 곳인지라 한다하는 명사들을 초청해서 좋은 강연을 들을 기회가 드뭅니다. 또 먹고사는 것 외의 문제에 한갓지게 강연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보통의 정서는 아닙니다.

도시에서야 더러 음악과 미술을 먹고 역사와 문화를 마시며 하세월을 보내는 한량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바다를 낀 이곳에서는 일하지 않고 세월을 보내는 것을 가장 ‘부도덕'으로 간주하는 통에 너나없이 노동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그것이 옳은 삶의 방편이기는 하나 한편으로 나와 우리를 조금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기 어렵다는 것과 다른 사람의 다른 삶의 방식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입니다.

하긴 명사들이라 하여 다 훌륭하고 옳은 말만 하는 것도 아니지요. 세상에 대한 애정과 일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 냉철하고 과학적인 분석으로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야 할지 담담하게 이야기 해줄 수 있는 그런 명연사를 만나기란 좀체 쉽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일전에 지역에서 알짜배기 강연을 하나 듣게 되었습니다. 생태문명으로의 복귀를 강조하는, 전직 교수이자 현재 격월간 출판되는 잡지의 발행인이기도 한 분의 강연을 듣게 된 것입니다. 일찍이 들은 소문도 있고 해서 혼자 듣기 아까워 60대 여성농민 언니들과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었습니다. 낮에 고된 농사일을 한 언니들에게 과연 그 강사의 말이 귀에 들어가기나 할까 하는, 무엇보다 ‘문명'이니 어쩌니 하는 낯선 말들이 제대로 이해될까 하는 걱정이 앞선 까닭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전에 어떤 강연에 함께 간 적이 있었는데 우리가 들을 강의치고는 어렵더라는 말을 전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내가 좋아서 같이 가자 해놓고도 걱정이 앞선 것이지요.

결론은? 대박이었습니다. 강연 내내 적절한 추임새를 넣으며 강연장 분위기를 좋게 한 것은 물론이고, 밤늦은 시간 문자를 남기며 너무 좋았다고 강의평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요지는 지구환경을 생각해야 하며 모든 생명들과 공존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생태농업이 소중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생명을 낳아 기르는 여성농민들에게 환경문제는 거부감 없이 당연하게 다가옵니다. 이후 실천의 과제는 두렵지만요.

산업이네 성장이네 하는 이름으로 일단 청자로 하여금 기부터 죽여 놓고 시작하는 무수한 교육과 달리 청자에 대한 존중의 태도로 우리 앞에 놓인 공통의 숙제를 묵직하게 던지며 같이 풀어가야 된다고, 그 해답에 농업이 있다는 것에 어찌 귀 기울이지 않겠습니까? 생명을 일구는 사람들의 고민에 맞닿아 있는 것이지요. 모름지기 교육이란 이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