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국감에 농정개혁 사그라져

  • 입력 2019.10.27 23:46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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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같은 연속적인 농업 피해도 없었을 것이다. 올해는 봄부터 채소가격이 폭락해서 농민들 애를 태우며 시작됐다. 마늘·양파가격이 폭락했지만 정부는 단 한 푼도 가격을 올려놓지 못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경기 북부지역을 휩쓸고 갔다. 강화, 김포, 파주시의 돼지는 전부 살처분했다. 멧돼지 포획을 요구했던 축산농민들 요구는 무시되고 과감한 살처분만 시행하고 있다.

가을에는 잦은 태풍으로 월동채소를 싹 쓸어 버렸다. 제주에서는 3번, 4번씩 파종을 했다. 수확기를 앞둔 벼가 쓰러져 수발아 현상과 흑수·백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피해 농민들은 수확량이 20~30% 이상 감소했다고 아우성이다. 이래저래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대책은 고사하고 작년에 처리됐어야 할 쌀 목표가격은 어떻게 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던 차에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당장 피해가 없다고 하지만 미래에 예상되는 피해는 누가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이야기가 없다. 농민들 입에서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탄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의 무능 무책임을 질타하고, 대안제시와 농민들의 요구를 전달해야 할 국회는 일 년 내내 정쟁에 몰두해서 뭐하나 해 놓은 게 없다. 최소한 국회의원 활동의 꽃이라는 국정감사를 통해 현안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를 이끌어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말미암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를 아예 포기했다. 국회가 정부의 1년 농정에 대한 평가와 대안을 만들 기회를 스스로 져 버린 꼴이 됐다.

겨우 지난 18일 종합국감에서 생색내기로 농식품부 국정감사를 해치워 버렸다. 통상적으로 국정감사는 피감기관별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마지막 날 종합국감을 통해서 제기된 문제에 대한 점검과 미흡한 부분에 대한 추가 질의를 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농식품부 국감이 취소됐기 때문에 종합국감이 농식품부 국감이 됐다. 국감 막바지에 치러진 농식품부 국감은 심층적 질의나 점검도 되지 못했고 타 기관에 대한 보충적 국감도 진행하지 못했다. 아울러 몇몇 국회의원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의원들은 치밀한 준비가 없어서 중언부언하고 목소리만 컸지 내용이 없었다. 맹탕국감 그 자체였다.

20대 국회 농해수위 마지막 국정감사가 이렇게 허망하게 끝났다. 농정개혁이 시대적 과제이고 농업의 위기는 시시각각으로 밀려드는데, 문재인정부는 이미 관료집단에 포위돼 개혁은커녕 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사태임에도 국회는 제 역할을 방기했다. 이제 국회의원들은 국회에 관심이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 구하러 다니기에 여념이 없다.

결국 20대 국회는 농정개혁에 대한 아무런 성과도 만들지 못하고 끝나게 된 셈이다. 문재인정부의 농정개혁 실패에 20대 국회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내년 총선에서 농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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