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니아 피해, 제대로 보상해야

  • 입력 2019.10.27 23:45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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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이어온 아로니아 사태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아로니아 재배농민들은 수확의 풍성한 기쁨도 느끼지 못했다. 수확을 하면 적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판단에 수확을 아예 포기하거나 폐원하는 농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다행히 국회에서 추경 예산 편성으로 아로니아 가격안정자금 30억원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가격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2012년부터 특화작물로 아로니아를 집중육성했던 충북 단양군에서는 이미 140여 농가가 폐원했다. 단양군 아로니아 농가 중 40%가 재배를 포기한 것이다. 아로니아는 베리 중의 베리, 왕의 열매, 신이 내린 열매라 불렸다. 항산화작용을 하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해 세포 노화를 막고 각종 혈관 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건강식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과원정비 지원사업이 될 정도로 구조조정 당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를 불러온 정부와 지자체는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

한 때 아로니아는 고소득을 꿈꾸게 했던 꿈의 작물로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서 재배를 장려했고, 전국적으로 아로니아 생산량이 늘어나게 됐다. 그러나 생산량만 늘어난 것이 아니었다. 한-EU FTA 이후 분말 수입이 급증해 수입량도 덩달아 급격히 증가했다. 아로니아가 지금의 절망적인 사태에 이른 것은 판로 고민 없이 무분별하게 생산만을 장려한 행정, 그리고 국내 생산량이 충분해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음에도 늘어난 수입산 때문이다.

수입 아로니아는 100% 가공형태로 수입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아로니아도 생과보다는 액상이나 분말, 가공형태로 대부분 소비자에게 소비되기 때문에 가공형태로 수입산과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국내에서 아무리 재배규모를 줄이고 생산량을 조절하고 재고를 폐기한다고 해도 외국산 아로니아가 수입돼 들어오는 것을 제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내 아로니아 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 것이 명백함에도 수입은 금지되지 않는다.

농민들의 행정에 대한 불신이 강한 이유는 이러한 사태를 겪으면서 더욱 명확히 드러나게 됐다. 정부와 지자체가 특화사업으로 장려한 사업에 농민들은 적극 호응했지만 몇 년도 채 되지 않아 돌아오는 것은 가격폭락 사태이다. 그러나 그 책임은 오로지 농민의 몫으로 떠넘겨졌고 피해농민들이 아스팔트 위에서 수없이 외쳐야만 겨우 관심을 가질 뿐이다.

지금도 농민들은 생산, 수급조절을 하기 위해 품목별 생산자조직을 만들어 시장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 나가고 있다. 가격폭락의 고통 속에서 농민들 스스로도 여러 해법을 찾아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수입농산물이라는 외부효과를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한다면 국내에서만의 수급조절은 미미한 효과만 보게 될 것이다.

농산물 가격폭락의 문제는 농민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슈퍼푸드였던 아로니아의 절망적인 사태는 농산물 전면시장 개방 속에서 발버둥치는 한국농업의 모습이다. 아로니아 농가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을 하는 것이 바로 책임 있는 농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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