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아닌 배상 차원의 대책 내놓아야

농식품부 ASF 살처분 지원안 밝혔지만 “생색내기 불과”
경기북부 한돈농민들, 생계 대책과 함께 재입식 약속해야

  • 입력 2019.10.27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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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살처분 농가에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경기북부 한돈농민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ASF 발생 전엔 차단방역을 열심히 하면 자기 농장을 지킬 수 있다던 정부가 말을 뒤집고 살처분 범위를 시군단위로 확대시켰다는 불신이 큰 탓이다. 지난 구제역 파동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정부를 믿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는 지난 22일 ASF 방역 강화 조치로 살처분 및 수매에 참여한 농가에 정책자금 상환연장 및 이자감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지원대상 정책자금은 사료구매자금 및 가축분뇨처리지원자금, 농축산경영자금, 농업종합자금, 축사시설현대화자금 등이다. 농식품부는 살처분 명령일 또는 수매 신청일로부터 1년 이내 원금 상환이 도래되는 정책자금에 대해 상환 도래일로부터 2년간 상환기간을 연장하고 그 기간의 이자도 감면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9월말 기준 대상원금 규모는 1,095억원, 이자감면액은 49억원(1년 기준) 수준이다.

살처분 농가는 살처분 및 수매에 따른 보상과 지원 외에도 최장 6개월 동안 축산농가 평균 가계비 기준으로 월 최대 337만원을 지원하는 생계안정자금도 받게 된다. 농식품부는 재입식이 늦어질 경우를 고려해 생계안정자금 지원기간 연장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그러나 살처분으로 생산기반 자체가 무너진 경기북부지역 한돈농민들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성경식 한돈협회 연천지부장은 “그 정도 수준의 대책은 구제역 때도 나왔다”라며 “ASF는 구제역과 달리 백신이 없다. 게다가 군 전체의 돼지를 살처분했으니 그 부작용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22일 만난 한 파주지역 한돈농민은 “사료구매자금을 받았지만 전체 사료값의 20~30% 수준이다”라고 전했다. 게다가 미허가축사 적법화 과정에서 상당한 지출을 한 농가도 있어 현 수준의 대책으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파주시 문산읍에서 모돈 100두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는 한 한돈농민은 “살처분 보상이 시세에 준해 이뤄지는데 지금 경매가가 ㎏당 3,000원대 초반 정도다. 생산비도 안 되는 가격에 맞춰 보상하는 건 말이 안 된다”라며 “이래선 폐업도 생각해봐야 할 상황이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멧돼지부터 없애달라 요구했는데 묵살하지 않았나. 정부에서 할 일을 하지 않은 게 문제다”고 덧붙였다.

이날 파주지역 한돈농민들은 긴급회의를 갖고 ASF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해 경기북부지역 한돈농민들과 함께 대책을 논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모인 한돈농민들 사이에선 “생계안정자금은 재입식 이후 수익이 날 때까지 지급받아야 살 수 있다. 그리고 재입식기간을 약속받아야 한다”거나 “어떤 근거도 없이 이뤄진 예방적 살처분에 대해선 보상이 아닌 배상 차원에 준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승호 파주시 ASF 비대위원장은 “ASF는 제대로 보상체계가 없다. 또, 정책자금 대책과 별도로 일반대출의 대환대출도 건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북부지역 한돈농민 대표들은 농식품부가 지원대책을 발표한 다음날인 23일 서울 제2축산회관 회의실에서 회의를 갖고 재입식과 보상문제 등을 논의했다. 한돈협회는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와 국회에 관련대책을 건의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한한돈협회는 지난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살처분 피해 농가 생계 보장을 촉구했다.
대한한돈협회는 지난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살처분 피해 농가 생계 보장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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