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맹탕국감, 농업·농촌·농민은 조연일 뿐

[2019 국정감사 종합]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기관 종합감사
아프리카돼지열병, 멧돼지 철책 넘어왔나 무의미한 ‘공방’
우르르 농장 방문 질타, 김 장관 “농장 안 들어갔다” 버럭
“하늘 두 쪽 나도 WTO 개도국 유지해야” 강한 질책 유일
오영훈·서삼석 의원, 현장중심 국정감사 명맥 유지

  • 입력 2019.10.27 18:0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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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주현 민주평화당 의원이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최초 발병 이후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의 김포 돼지농장 방문을 질타하는 질의를 하자 김 장관이 “안 들어갔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주현 민주평화당 의원이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최초 발병 이후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의 김포 돼지농장 방문을 질타하는 질의를 하자 김 장관이 “안 들어갔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0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황주홍, 농해수위)가 마지막 국정감사를 치렀다. 지난 1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소관기관 종합감사, 21일 해양수산부와 소관기관 종합감사로 3주간의 국정감사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그러나 농해수위 국감 관전평은 썩 좋지 않다. 농정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정책질의는 드물었고 대책을 집요하게 묻는 의원도 없었다. 20대 국회 농해수위 농식품부 국정감사는 ASF를 전파한 것으로 추정되는 멧돼지가 철책을 넘어왔냐 못 넘어왔냐 공방만 치열했다.

강석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살처분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했다. 강 의원은 “15만두의 돼지가 살처분되고 있다. SOP 행동지침을 보면 발생지역 반경 500m 살처분으로 돼 있지만 반경 3km까지 확대하고 강화군의 경우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기도 했다”면서 “과연 어떤 과학적 근거로 살처분을 하고 있는지 축산농가 생각을 해 보면 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살처분 농가 생계안정자금 문제를 집중 질의했다. 이 의원은 “가구당 얼마가 지원되는가” 물었고 김 장관은 “최대 월 300만원”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평균으로 보면 67만원이다. 그래서 농가들이 아우성인 것”이라고 실태를 전했고, “구제역 때 생긴 제2금융권 빚을 아직 못 갚은 농가도 수두룩하다. 정부대책이 이전 가축질병과 같다면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책을 잘 세워라”고 당부했다.

그런가 하면 박주현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금 축산현장은 대통령이 와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장관이 현장을 방문하면서 20~30명이 다녔다고 한다. 이 부분에 잘못된 인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 더 문제다”고 지탄발언을 했다. 그 즉시 김 장관은 “(농장에) 안 들어갔다, 제가”라고 언성을 높여 말끝을 잘랐다. 박 의원은 “근처에 간 것도 문제”라면서 경각심 부족을 강하게 질타했다.

ASF 피해농가 대책 보다 ‘멧돼지 월남’ 더 집중 질의

하지만 ASF 관련 소모적 논쟁도 이어졌다. 김성찬 자유한국당 의원은 “ASF 감염경로와 관련해 북한의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지만, 99.9% 북한 유입 멧돼지가 원인이다”라고 단언하면서 “휴전선을 통해 멧돼지가 넘어올 가능성이 없다는 정부부처의 자세를 지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북한과 연결하고 싶지 않아 엉뚱한 말을 하는 것 아니냐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김현수 장관은 “서부와 동부 철책선 모두 이중삼중이다. 물리적으로 (멧돼지가) 넘어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민간인통제구역에 오염 가능성이 높고 바이러스가 여러 경로로 옮겨진 개연성은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찬 의원은 급기야 “같이 임진강을 가보자”며 서부철책 부근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했다. 같은 당 강석호 의원도 “북한 얘기만 나오면 정부가 목소리부터 작아진다”고 거들었다.

WTO 개도국 지위 질의, 서삼석 의원 ‘유일’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WTO 개도국 지위 문제’로 논란이 뜨거운 현안 질의를 했다. 서 의원은 “하늘이 두 쪽 나도 개도국 지위는 반드시 고수해야 한다”며 “당장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정부의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농민들의 내상은 생각하지 않나. 중국산 냉동고추가 낮은 관세율로 수입증가세를 보이고 우리 시장에서 재활용되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가 아무리 강력히 압박해도 농업의 자주성을 보여 달라”고 농민의 입장을 엄중하게 대변했다.

박완주 의원도 관련 질의를 했으나 “산업부나 경제파트에서 개도국 포기라든가 포기 검토와 같은 얘기를 내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하는 것에 그쳤다.

 

지난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농림축산식품부와 소관기관 종합감사를 시작한 가운데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선서를 하고 있다.한승호 기자
지난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농림축산식품부와 소관기관 종합감사를 시작한 가운데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선서를 하고 있다.한승호 기자

 

농지원부, 시설 전과 후 농지등록 면적 달라져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문제점을 잘 짚어낸 질의로 돋보였다. 오 의원은 “경작확인대상을 보니 농지원부 등록률이 71%에 불과하고 전남은 등록률이 가장 적은 63.7%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비농업인 소유 농지원부의 등록관리가 잘 안 된다는 점이고 둘째는 농지원부 서식 자체의 결함이다”면서 “실제 사례를 보면 노지과수원 4필지 중 3필지에 시설하우스를 설치하고 농지원부 등록을 해 봤다. 시설 전 면적은 1만6,799㎡인데 시설 후 농지원부 면적은 7,919㎡로, 8,880㎡가 없어졌다. 왜 이런 문제 생기나 서식을 봤더니, 주 재배작목만 기록하게 돼 있다”고 자료화면까지 제시했다. 농정의 기초자료가 부실한 실태를 지적한 것이다.

김 장관은 “서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오 의원은 “융자를 받아야 하는 농민 입장에서 지원기준이 달라지는 것은 문제가 크다.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의원은 또 여성농민의 공동경영주 등록률이 낮은 문제도 지적했는데 “남성농민은 겸업을 하더라도 농가경영주 자격 상실이 없는데, 여성농민 겸업 시 공동경영주가 안 된다”면서 개선을 촉구했다.

김 장관은 “다른 직장이 있는 여성농민을 공동경영주로 인정하면, 국민연금 중복지원 등 문제가 있다”고 답했으나 오 의원은 성평등 관점에서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가락시장 거래제 다양화 주문도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산물 유통문제에 집중했다. 특히 30년 넘게 이어져온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혁이 시급하다고 문제를 꺼냈다.

박 의원은 “도매시장 법인의 상장예외 품목 인정범위를 확대하고, 정가수의매매, 정산조직 설립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김경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을 참고인으로 요청한 박 의원은 시장도매인제 도입 필요성 등에 대해 조목조목 질문을 해 나갔다.

그러나 김 장관은 “과거 영등포시장의 시장도매인제 문제점이 불거져 가락동 경매제로 갔다. 거래투명성면에서 시장도매인제가 부족한 건 사실”이라며 “농민들의 출하선택권 확대를 위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서울시공사 말처럼 시장도매인만이 답은 아니라고 본다”고 반대입장을 전했다.

특별한 쟁점 없이 국감이 마무리 될 무렵, 서삼석 의원이 마지막 질문을 자처했다. 서 의원은 “홍남기 부총리에게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 도입을 누차 발언했다. 총리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고 답했고, 부총리는 예결위 본회의장에서 부처간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면서 장관의 의견을 물었다.

김 장관은 “취지에 반대하진 않지만 농산물 과잉 문제에 해답이 없다. 그걸 감안한 대안이 생산안정제다”고 답변에 나섰다. 생산안정제 수준이 미흡하다는 것은 인정했다.

서 의원은 “쌀 목표가격 등 산적한 문제에 참을 만큼 참고 있는데, 어떻게 총리와 부총리 답변을 뛰어넘지 못하나”라고 호통쳤다. 이어 “이도저도 당장 어려우면 차선책으로 수입보장보험 보조를 올려 가입률이라도 높여라.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고 안 된다고만 하니 농민들이 무슨 기대를 하겠나”고 언성을 높였다.

김 장관도 “최저가격제 검토를 충분히 해야 하지만, 지금 상황을 악화하는 제도가 돼서는 안 된다”고 팽팽하게 맞섰다.

서 의원은 “적어도 농민대표로 와서 발언하는 사람 앞에서 ‘악화’라는 단어를 쓴다는 것은 받지 못하겠다. 도저히 수용이 안 된다”고 각을 세운 무거운 분위기 속에 20대 국회 농식품부 국정감사가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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